배우 성지루 씨가 9일 오페레타 ‘박쥐’ 리허설에서 노련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 성지루 씨가 9일 오페레타 ‘박쥐’ 리허설에서 노련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교도소의 선진 시스템을 알아보겠다고 국민들 돈으로 해외시찰 가서 말이야, 수질 검사 한다면서 카바레를 가? 토질 검사 한다면서 골프를 치네? 정작 나는 돈이 없어서 애 낳기도 겁나는데 말이야. 국가에서는 애 많이 낳으라고 하는데, 보육료 지원이고 축하금이고 다 필요 없고, 그냥 애 하나 낳을 때마다 로또번호 하나씩 알려줘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연극에서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11~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레타(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 ‘박쥐’의 대사 일부분이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만든 이 작품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코믹한 대사를 던지는 간수 ‘프로쉬’가 등장한다. 3막에 출연해 막간극을 펼치는, 일종의 ‘신 스틸러’다. 노래는 하지 않으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역이어서 각국의 희극배우들이 연기하곤 한다. 이번 공연에선 연극배우 출신의 중견 연기자 성지루 씨가 이 역을 맡았다.

9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성씨는 “독일어 노래가 이어지다 제가 등장해 한국어 대사를 하면 관객들도 긴장을 풀고 쉬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웃고 싶을 때는 충분히 웃고, 박수치고 싶을 때는 박수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씨는 2012년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공연했을 때도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일정상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코미디언 김병만 씨가 프로쉬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김병만 씨는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였지만 제가 맡을 프로쉬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역할 자체가 시대상을 풍자하는 역이거든요. 연출가도 더 많은 풍자를 원했고요.”

성씨는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와 논의한 뒤 본인의 대사를 모두 직접 썼다. 병역 비리, 성차별, 인구 문제 등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무대에서 혼자 공연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어요. 실제 공연 때는 관객을 앞에 두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 반응에 따라 더 강하게 가거나 한 템포 쉬는 등 매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11일과 12일 오후 7시30분, 13일 오후 2시, 14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원. (02)580-1300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