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뒷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이석문 제주교육감 등이 지난 8일 자유학기제를 시행 중인 제주 서귀중앙여중을 방문해 과학동아리활동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뒷줄 오른쪽 세 번째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이석문 제주교육감 등이 지난 8일 자유학기제를 시행 중인 제주 서귀중앙여중을 방문해 과학동아리활동을 참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제주 서귀중앙여중 과학동아리인 CSI는 지난 8일 색다른 체험행사를 열었다. 천으로 만든 캐릭터에 바느질로 전기회로를 붙인 ‘바느질 회로’ 작품을 발표하는 교실 한쪽 면에는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 동아리와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가 인터넷 화상으로 연결돼 함께 행사를 진행했다.

서귀중앙여중 박혜은 학생이 천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라바’를 만든 뒤 뒷면에 전기회로를 붙여 라바의 눈을 반짝이게 한 작품을 소개하자 두 학교 교실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성지송학중의 한 학생이 역시 천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LED(발광다이오드)를 반짝이게 하는 모습이 벽면에 동영상으로 비치자 서울의 멘토링센터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켜보던 이 교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여서 재미있고 앞으로 병렬회로를 배우면 LED를 여러 개 달아 더 반짝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혜은 학생은 “바느질할 때는 힘들었지만 전기회로 작품을 완성하니 뿌듯했다”며 “과학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2년차를 맞은 서귀중앙여중의 자유학기제 수업은 활기가 넘쳤다. 2학기 오전 수업시간은 정규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예체능수업, 진로체험활동, 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자율과정으로 진행했다. 자유학기제는 중1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과 끼를 찾도록 하는 과정으로 지난해부터 일부 학교에 시범 실시되고 2016년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학교들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귀중앙여중은 국립제주박물관 등 77개 기관과 협약을 맺어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14개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꿈을 키웠다. 이날 서귀중앙여중 동아리활동 시간에 ‘꿈책쓰기반’은 ‘미래의 나의 모습’을 기사 형식으로 작성해 발표했고 옆 교실의 ‘제주문화반’에서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 제주도의 ‘해남촌’ 형성에 대한 학생들의 연구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 이석문 제주교육감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학부모 임선희 씨는 “문화반에 속한 딸이 주말에 시간을 쪼개가며 자료조사 활동을 하면서도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김후배 서귀중앙여중 교장은 “자유학기제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160명)의 91%, 교사(15명) 100% 등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다”며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더 깊게 공부하고 발표력도 향상되면서 제주도 전체 학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학습역량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황 부총리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수요 폭발로 당초 내년에 전국 중학교의 50%(1600여곳)에 예산을 지원하려 했으나 특별교부금을 편성해서라도 70%(2260여곳)까지 늘리겠다”며 “항간에 ‘정권이 바뀌면 자유학기제가 폐지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는데 법령을 개정해서 근거조항을 마련하는 등 제도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체험 인프라와 예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진로체험 활동을 하고 싶어도 방문할 기관이나 기업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이 교육감과 자유학기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과거 말을 키우던 제주가 사람을 키우는 가장 모범적인 곳이 되도록 자유학기제 행정 지원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황 부총리는 “사회단체와 기업체 등 사회 전반에서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도와주고 온 사회가 자유학기제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