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파격적인 발탁 인사를 통해 위기 돌파를 위한 진용을 다시 짰다.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등 그룹의 주축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패기 있고 공격적인 젊은 인재를 내세워 혁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SK텔레콤, SK C&C,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 사장들의 나이는 50대 초·중반으로 조직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SK는 기대하고 있다.
젊은 CEO 앞세운 SK…세대교체로 위기 정면돌파
○젊어진 CEO ‘공격 앞으로’

이번에 주력 계열사 사령탑으로 승진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51)과 박정호 SK C&C 사장(51)은 1963년생으로 계열사 부문장들보다 젊다. SK네트웍스 사장에 선임된 문종훈 사장(55)도 50대 중반으로 젊은 편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유선통신업체 SK브로드밴드의 대표이사에 발탁된 이인찬 사장(52)도 1962년생이다. 정유 계열사인 SK에너지 사장을 겸임하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60)만 이번에 선임된 계열사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60대다.

1948년생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1952년생인 문덕규 SK네트웍스 사장의 퇴진으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C&C SK네트웍스 등 주력 4개 계열사 CEO의 평균 나이는 60.5세에서 54.2세로 크게 낮아졌다.

○사업 판도 다시 짠다

이번 인사로 신임 SK 계열사 CEO에게 주어진 특명은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SK 관계자는 “이번에 발탁된 CEO들은 대부분 기존 사업영역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아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갖고 있다”며 “공격적이고 다각적인 사업기회 발굴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국내 사업 위주였던 SK C&C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구조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반도체 모듈회사 인수 등을 통해 비(非)IT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박 사장은 SK C&C에서 코퍼레이트 디벨로프먼트장을 맡아 중고차매매사이트인 엔카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하는 등 성과를 냈다. 장 사장은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 콘텐츠 사업을 두루 거쳐 이동통신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SK텔레콤의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다. 문 사장도 OK캐시백사업 등에 관여하며 고객접점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조직개편을 단행, 정유·화학회사로는 이례적으로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직과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조직을 신설했다.

SK는 그룹 컨트롤 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위원장들도 대거 교체했다. 전략위원장에는 정 사장, 글로벌성장위원장에는 유정준 SK E&S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는 하성민 전 SK텔레콤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는 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인 이문석 사장을 내정했다. 통합사무국장은 지동섭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이 맡았다. 인재육성위원장(김창근 의장 겸임)과 커뮤니케이션위원장(김영태 사장)은 유임됐다.

○인사태풍 속 승진 최소화

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올해 임원 승진폭은 최소화했다. 승진자는 117명으로 지난해(142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룹 관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철학에 따라 올해 임원 승진자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