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비스·호텔 업무서 손 떼
부사장·계열사 대표직은 유지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조양호 회장이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임원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들께 죄송스러우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조 부사장은 이에 따라 현재 맡고 있는 대한항공 기내서비스·호텔사업부문 총괄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그러나 부사장직과 사내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도 계속 맡기로 했다.
조 회장이 조 부사장의 사의를 수용한 건 이번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둘러 진화하지 않을 경우 자칫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승무원이 땅콩 등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서비스했다는 이유로 질책하며,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에선 조 부사장을 성토하는 글이 빗발쳤다. 또 국토교통부는 8일 조 부사장의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가리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정치권에서도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8일 사과문을 내놨으나 “조 부사장의 조치는 기내 서비스와 안전을 점검하는 임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더 키웠다.
조 부사장이 보직에서 물러났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이날 보직 사퇴에 대해서도 “빗발치는 외부 비난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직만 내놓았을 뿐 부사장과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기로 해 언제든 경영에 복귀할 여지를 남겨 뒀다는 점에서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조 부사장의 사퇴와 별개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참여연대는 조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조 부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