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용 공기조절장치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각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현재 대주주인 미국 자동차 부품사 비스테온이 인수자인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지분을 팔면 한앤컴퍼니가 1~2년 내 회사를 재매각할 것이란 의혹이다. 노동조합은 앞으로 회사를 재매각할 때 국내 산업 자본에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한앤컴퍼니 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조는 9일 회사를 재매각할 경우 국내 산업 자본에 팔아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요구안을 한앤컴퍼니와 비스테온에 전달했다. 노조는 “노조와 비스테온, 한앤컴퍼니 간 3자 합의를 전제로 재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속노조와 함께 매각 저지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노조가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는 한앤컴퍼니가 1~2년 내 중국 업체 등에 되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한앤컴퍼니는 시장 가격인 2조5000억원보다 높은 3조5000억원 이상의 돈을 주고 비스테온이 보유 중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를 인수하려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한앤컴퍼니가 비스테온 측에 제시한 돈 이상을 쏟아부으며 한라비스테온공조를 다시 살 주체는 국내엔 없는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정부 지원 아래 선진 자동차업체를 인수하거나 기술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완샹그룹은 지난 3월 일본 NEC와 자동차용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고 지난 2월엔 중국 CGRT가 캐나다 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와 자동차용 플라스틱 합작사를 세웠다. 작년 11월엔 중국 둥펑자동차와 비스테온의 합작사인 둥펑비스테온이 일본 하서공업과 자동차부품업체를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 최대 공조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 자본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면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사가 대전인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전 세계 19개국에 1만5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공조업체로 국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