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이 본 글로벌 경제, "强달러·유럽 침체·中 경착륙…내년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세계적 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이 본 글로벌 경제, "强달러·유럽 침체·中 경착륙…내년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하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달러 강세와 유럽 경기침체, 중국의 경착륙을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제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심화하면서 신흥국의 경제 위기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과 세계적 헤지펀드 운용사인 스위스 롬바르드 오디에르는 지난 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우정사업본부의 대체투자포럼에서 내년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글로벌 디커플링 심화

얀 스트라트만 롬바르드 오디에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에 연 3%대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유럽 등 다른 경제권과의 디커플링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적 완화를 종료한 미국은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긴축 상태로 돌아서는 반면 마이너스 성장 리스크에 직면한 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경기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프 바라타 블랙스톤 사모펀드(PE) 부문 글로벌 대표도 “유럽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저성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달러 강세 속 신흥국 위기 우려

신흥국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라트만 CIO는 “달러화 강세가 이머징마켓의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파괴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이 우려했듯이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이 타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흥국 경제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바라타 대표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 증가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은 과거 8~10%였지만 현재 7%대로 낮아졌고,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5~6%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현재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신용 공급이 15~20% 증가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연착륙 기조에도 불구하고 기업 등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입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금융 시스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에서는 그나마 인도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개혁이 성과를 내면서 성장률이 회복되고, 무역적자도 감소해 루피화가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수익률 하락…위험 증대

스트라트만 CIO는 내년 투자환경과 관련해 “금융시장은 이미 과열된 상태에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는 평균 이하의 완만한(modest) 수익률이 예상된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채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바라타 대표는 “유동성 과잉으로 신용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고 미국 주식시장도 고평가됐다”고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