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여성대출 '신바람'
주요 대부업체의 올해 여성대출액이 지난해에 이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업주부나 뚜렷한 직업이 없는 여성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고금리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10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대부업체 연도별 여성대출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주요 12개 대부업체의 올 상반기 여성 신용대출액은 5198억원, 대출 건수는 15만7900건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주요 대부업체의 여성대출액이 지난해 1조691억원(31만3900건)으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2년 연속 1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던 상반기보다 늘었다”며 “올해도 여성대출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업체들의 신용대출 1조1984억원 중 여성 고객 비중은 43.4%로 집계됐다. 이는 시중은행 가계대출의 여성 비중이 3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여성들이 대부업체에서 고리로 돈을 빌리는 이유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경우 급전이 필요할 때 마땅히 찾을 곳이 없어서다. 대부회사들은 이 틈새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파고들고 있다.

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2009년 미즈사랑대부를 인수해 여성전용 대출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1069억원이던 미즈사랑의 여성대출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1055억원에 달했다. 인터머니대부도 올 들어 ‘핑크머니’라는 여성전용 대출상품을 TV광고를 통해 마케팅 중이다. 한 신용정보평가회사 관계자는 “많아 봐야 500만원 정도로 소액이 대부분인 대부업체들의 여성대출은 부실률이 낮은 편이라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여성 대출 부진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신용대출 평가시스템 개발을 등한시한 은행권의 노력 부족이 가세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에도 은행과 저축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소득증빙 서류가 없을 경우 대출을 억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1·2금융권의 여성대출은 더 위축됐다.

은행들도 신용평가시스템이 미비해 여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적은 여성들에게 신용에 기반해 소액을 빌려주는 시장개척을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2010년 주부전용 특화 대출 ‘살림의 여왕’을 내놓았다. 소득증빙이 없어도 5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SBI저축은행의 ‘주부론’도 실거주지만 확인되면 5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이지훈/고재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