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윤종규號, 'LIG손보 인수' 큰 고비 넘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전원(7명)이 내년 3월 일괄적으로 물러나기로 하면서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 후 첫 시험대를 통과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KB금융은 전산교체를 둘러싼 내분 등 끊이지 않았던 악재를 뒤로하고 재도약을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LIG손보 인수 ‘청신호’

KB금융 사외이사들이 10일 일괄 사퇴를 결정한 것은 지난달 20일 이경재 전 이사회 의장과 지난 5일 고승의 전 이사가 각각 물러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KB금융 관계자는 “끝까지 거부하던 일부 이사가 마음을 돌리면서 전격 사퇴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이 모두 물러나기로 한 것은 조직에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은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놓고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일괄 사퇴를 조건부로 내걸고 있던 터였다.

한 사외이사는 “KB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모두 인정할 수 없지만 사외이사들이 윤 회장과 KB금융에 큰 짐이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이 모두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이달 24일 열리는 회의에서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KB 사태에 대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책임지고 물러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이른 시일 내 안정화될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LIG손보 인수 여부에 대해 “승인을 당장 말하기에는 이르다”며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검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뒤 승인’이라는 방침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을 얻은 만큼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은행 강화 초석 마련”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하면 그룹 총자산은 약 324조원으로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을 제치고 신한금융에 이어 2위가 된다. ‘리딩뱅크’의 위치를 탈환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셈이다. 은행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자산)은 약 85%에서 78%로 낮아져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윤 회장은 “LIG손보는 장기보험상품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KB금융의 기존 리테일 상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LIG손보가 가진 고객망도 좋고 자동차 보험도 나쁘지 않다”며 “비은행 부문의 육성 필요성과 고령화·저출산 추세를 감안해 LIG손보를 중심으로 보험업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