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과감하게 공개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CIA의 고문 내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해 관련 테러 단체나 극렬주의자들이 미국의 국외 시설이나 기지에 대해 보복공격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미 정부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CIA 고문이 자행됐던 시기에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CIA의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며 반발하면서 여야 간 갈등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이 공개한 'CIA 고문 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물고문은 물론 성고문 위협, 잠 안재우기 등 각종 야만적이고 잔인한 방법이 나열돼 있다.

쇠사슬에 묶인 한 구금자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저체온으로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 정부가 보고서 공개에 앞서 외국 대사관이나 군 기지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전방위로 강화한 것도 이런 잔혹함 때문이다.

고문 실상에 자극받은 테러 단체들의 대미(對美) 공격을 우려한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CIA 고문 보고서 공개로 전 세계의 미국 시설과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CIA 고문 보고서가 결과적으로 적들을 자극해 우리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 중인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테러 위협에 맞닥뜨린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