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사진)이 10일 박현정 대표의 직원을 상대로 한 폭언·성희롱 논란에 대해 “이번 사건은 인권 문제”라며 “인권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날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연주단원 100여명과 취재진에게 “(박 대표의 폭언을) 알게 된 지 1년도 넘었다”며 “한 번 직원들을 불러들이면 몇 시간 동안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대표가 일은 잘하는 것 같고 영리해서 참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했는데 누가 누구를 그렇게 취급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그만두는 것을 보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지난 10월14일 정 감독으로부터 서울시향 직원들의 탄원서를 받아 조사와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 감독은 이어 “조용히 해결되길 바랐는데 안 됐다”며 “(박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이상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박 대표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폭언과 성희롱, 인사전횡을 일삼았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된다’며 직원들의 배후에는 정 감독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감독은 박 대표의 폭언·성희롱 논란과 자신을 둘러싼 ‘사조직’ 주장이 별개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정 감독은 거듭 “(박 대표) 문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책임 있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박 대표와 직원들을 각각 불러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곧 이사회를 소집해 박 대표 해임안 상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