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원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원스’.
뮤지컬 공연에서 이렇게 근사한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고정된 자리에 앉은 전문 연주자가 아닌 배우들이 노래하고 연기하고 때로는 춤까지 추는 동시에 악기를 연주하는 무대에서 말이다. 악기 소리와 목소리는 마치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하지 않고 배우 각각의 위치에서 나는 원음이 섞이는 듯한 입체감을 빚어낸다. ‘마법’ 같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최근 막이 오른 뮤지컬 ‘원스’ 한국어 공연은 마이크와 스피커의 힘을 빌려 객석을 압도하는 ‘큰 소리’가 아닌 전자 장치를 쓰지 않은 듯한 어쿠스틱한 느낌의 ‘좋은 소리’로 승부한다.

원작은 2006년 개봉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 영화다. 더블린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가이와 체코 이민자 걸이 우연히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고 상처를 위로하면서 서로의 ‘멈춰진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내용이다. 2011년 뮤지컬로 재탄생한 원스는 다음해 토니상에서 주요 8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영화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이야기 구성은 영화보다 훨씬 극적이다. 가장 큰 변화는 걸의 캐릭터다. 영화처럼 소극적이거나 얌전하지 않다. 처음부터 가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그의 구세주이자 해결사 역할을 한다. 둘의 관계가 다소 일방적이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원작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대목이다.

형식은 뮤지컬보다 연극에 가깝다. 일반 대사와 인물 감정이 노래로 진행되거나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극이 전개되며 자연스럽게 음악이 등장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음악 영화’와 비슷한 개념의 ‘음악 연극’이다.

감동은 이야기 전개의 중심에 놓인 음악에서 비롯된다. 무대에 오른 배우 12명은 뮤지션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연주를 들려주고, 이들의 합주는 ‘마법’ 같은 음향 설계를 만나 빛을 발한다. 제작진은 악기별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일반 대형 뮤지컬보다 30여개 더 많은 70여개의 무선 마이크를 심어놓았다고 했다.

가이 역의 윤도현은 안정된 가창과 연주로 음악을 이끌고, 걸 역의 전미도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이끈다. 앙상블 배우들도 거의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호흡과 움직임으로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연기와 연주라는 두 몫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들은 박수도 두 배로 받을 만하다. 공연은 내년 3월29일까지, 6만~12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