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발생 6년, 지금 PIIGS 국가들의 명운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힘겨운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아일랜드와 부실의 늪에 깊이 빠져드는 이탈리아가 그렇다. 아일랜드는 9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난해 말 졸업했다. 재작년 초 15.1%였던 실업률도 지난달 10.7%로 떨어졌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내년엔 4.8%로 낮춰 유로존 목표치(3%)에 근접하겠다며 허리띠를 더 죄고 있다. 최근 S&P가 이 나라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올린 배경이다. 2008년 이후 재정지출을 280억유로 줄였고 유럽 최저의 법인세로 구글 등 다국적기업 투자를 확대시킨 성과가 반영됐다. 이탈리아는 그 반대다. 2009년 GDP의 106%이던 공공부채는 올해 133%로 확대일로다. 내년 성장률은 겨우 0.2%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의 자산건전성 평가에서 은행들은 대거 낙제판정을 받았다. S&P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BB-로 낮췄다.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이다.
양국 상황이 달라진 것은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평가다. 아일랜드는 부채를 줄이고, 노동시장도 개선해왔다. 은행개혁이 끝나면 경제가 더 활기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낙관한다.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 반면 이탈리아는 노동계와 정치권 반대로 공공자산 매각과 민영화 계획이 지지부진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저성장은 고착화하고, 연금·노동·금융 개혁은 진척이 없다. 구조개혁은 당장은 힘들지만 진통제 같은 금융완화에만 매달리면 더 위험해진다. 구조개혁과 생산성 혁신 외에 마법은 없다는 점을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행로는 아일랜드인가, 이탈리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