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국내상장 중국기업株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국적 기업들이 거침없는 주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와 본토 기업 대비 상대적인 저가 매력은 중국 국적주들의 주가 재평가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적 개선 없이 수급 쏠림에 의한 이상 급등이 반복되는 한 테마주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주 과열 ‘경고등’

10일 코스피지수는 1945.56으로 25.39포인트(1.29%) 하락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541.96으로 0.84% 밀렸다. 약세장 속에서도 중국 국적주들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원양자원이 1280원(14.60%) 오른 1만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차이나하오란(14.83%), 이스트아시아홀딩스(15%)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완리(8.03%), 웨이포트(3.75%), 차이나그레이트(2.65%) 등이 줄줄이 뜀박질했다.

이들 중국 국적주의 주가 상승세는 지난달 이후 지속되고 있다. 도화선이 된 건 중국원양자원이다. 올 상반기 최대주주 지분 매각과 실적 악화 등의 여파로 4000원대에서 1300원대로 수직 강하했던 이 회사는 이후 한 달반 만에 7배 넘게 치솟았다. 이 기간 상한가만 14차례 기록했다. 장화리 대표가 보유지분을 끌어올려 다시 최대주주로 복귀했고, 주가를 끌어내리는 공매도 세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대장주격인 중국원양자원 주가가 반등한 가운데 중국이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하면서 중국 국적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과열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웨이포트는 상한가 잔량이 많아서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됐고, 중국원양자원은 단기급등으로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재평가 vs 이상과열

중국 국적주들의 주가 상승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국적주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중국 본토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히려 국내 상장 중국 국적주들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국적주들이 본토 주식보다 PER이 낮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다”며 “그동안 회계 투명성 강화와 실적 개선을 이룬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국적주에 대한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아직 재평가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국적주는 2000~3000원대의 저가주여서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쏠림이 일어나기 쉽다”며 “최근 오름세는 펀더멘털(실적) 요인보다는 중국 증시 상승에 따른 수급적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만큼 실적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후폭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이미 선반영됐고, 중국 증시가 지난 9일 급락세로 돌변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관련주들에 대한 추격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강지연/허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