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편의점주 쟁탈전, 내년 재계약 4000곳…권리금 전액 지원 조건도
서울 강서구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씨(59)는 최근 GS25에서 가맹 계약 제안을 받았다. GS25로 간판을 바꿔 달면 영업 장려금으로 4000만원을 주고 전체 매출에서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몫을 65%에서 80%로 높여준다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최씨는 다음달 CU와 계약이 끝나면 GS25로 전환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이 거액의 장려금을 주고, 매출 분배율을 높여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가맹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 가맹 계약이 끝나는 점포가 3800개로 올해보다 1000개가량 많아 예년보다 점포 유치 경쟁이 가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는 2016년과 2017년에도 매년 5000개 가까운 편의점의 가맹 계약이 끝난다. ‘자유계약’ 상태가 된 이들 점포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편의점 업체들이 가장 많이 내거는 조건은 장려금 일시 지급이다. 편의점 가맹점주가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으로 전환할 경우 장려금 액수는 더 높아진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월평균 매출이 3900만원인 한 점포가 얼마 전 장려금 4000만원을 받고 다른 편의점 간판을 달았다”며 “월 매출이 6000만원 이상인 곳은 장려금을 1억원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매출 중 가맹점주가 가져가는 몫을 높여주는 일도 많다. 통상 편의점 매출에서 가맹점주 몫은 65%, 본사 로열티는 35%로 나눠진다.

GS25는 최근 가맹 계약이 끝나는 자사 또는 경쟁사 점포에 매출 분배율을 최대 80%까지 높여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포에 대해 기존 가맹 본사에 물어줘야 할 중도해지 위약금을 대신 내 주고 점포 권리금을 전액 지원해 주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가맹점 중 계약이 끝나는 곳이 내년부터 급증해 유치 경쟁이 달아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가 시작된 2010년부터 급증했으며, 이때 계약한 가맹점의 5년 계약이 내년부터 차례로 만료된다.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4대 편의점 점포 가운데 3800개가 내년 중 계약이 끝난다. 2016년엔 5000개, 2017년엔 4800개 점포의 계약이 만료된다. 지난해 2500개, 올해 2800개에 비해 최대 두 배 많은 점포가 앞으로 3년간 매년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CU와 GS25의 1위 싸움이 가맹점 유치 경쟁을 한층 뜨겁게 하고 있다. CU와 GS25의 점포 수 차이는 2012년 말 800개에서 올해 11월 말 107개로 줄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까지 위드미를 인수하고 지난 7월 편의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높은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재계약 시 각 업체를 비교해 조건이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한다”며 “이 과정에서 장려금 액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