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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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실적 91조원, 당기순이익 3400여억원. 2014년 11월 말 현재 대한주택보증의 성적표다. 2011년 말 38조원이던 보증실적이 3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순이익은 약 2배로 늘어났다. 반면 골칫거리인 소송은 400여건에서 120여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대한주택보증을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배경이다. 오히려 105조원 규모 주택도시기금(현 국민주택기금) 전담 운용기관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선규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주택업계와 정부 등 ‘고객이 회사의 미래’라는 신념은 대한주택보증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라며 “전 직원과 경영진이 국민, 사회, 국가를 위해 일하자는 생각으로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년부터는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으로서 서민 주거복지와 도시 재생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증실적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

대한주택보증은 199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담 공기업이다. 국민 주거복지 향상과 균형 있는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분양보증을 성장 동력 삼아 순항하던 중 2000년대 후반 위기를 맞았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신규 분양이 감소하면서 수익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보증실적이 2008년 26조원, 2009년 31조원, 2010년 23조원, 2011년 38조원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 회사가 거센 민영화 및 보증시장 개방 요구에 직면한 것은 이때다. 결국 민영화가 추진되긴 했지만 도중에 정부는 2015년까지 일정을 늦추기로 마음을 바꿨다. 당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한주택보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2015년이 코앞이다. 민영화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민간 출신의 첫 최고경영자(CEO)인 김 사장이 2012년 부임한 뒤 회사 체질이 확 달라진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보증실적이 급증한 게 체질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38조원에서 올해(11월 말 현재) 91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재무건전성도 크게 좋아졌다. 당기순이익이 2011년 1859억원에서 올해 3424억원으로 증가했다. 보유 현금도 4조원을 훌쩍 넘는다.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다. 각종 민원과 소송 건수가 줄어든 게 좋은 예다. 민원은 2011년 590건에서 올해 300여건으로, 소송은 405건에서 120여건으로 감소했다. 3년 동안 민원은 절반 수준으로, 소송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신사업개발실에서 신상품 20개 쏟아내

보증실적이 단기간 급증한 것은 신상품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2년 8건, 이듬해 8건, 올해 4건 등 최근 3년 동안 신상품 20개를 내놓았다. 정비사업자금대출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전세금안심대출, 주택구입자금보증, 모기지보증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3년 만에 보증실적이 2배 넘게 신장했다.

특히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원래 임차인이 집주인 동의를 얻어야 가능했던 것을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게 개선하면서 이용자가 몰렸다.

신상품이 안착하면서 수익구조도 다변화됐다. 90%에 육박했던 분양보증 비중이 54%로 내려갔다. 신상품 등 기타 보증실적(46%)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변화다. 김 사장은 “공적 역할에 초점을 맞춘 신상품이 시장에서 자리를 잘 잡으며 자연스레 수익구조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신상품 개발은 김 사장이 부임과 동시에 신설한 사장 직속 신사업개발실이 산파 역할을 했다. 그가 직접 직원들과 매주 회의를 하며 상품 개발을 독려했다. 개발안이 나오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와 신속하게 협의해 시장에 상품을 내놓았다. 통합민원관리시스템과 콜센터를 구축해 운영하는 등 고객서비스도 개선했다.

수요자 맞춤형 주택정보포털도 인기다. 주택과 관련한 보증, 금융, 통계자료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포털이다. 분양가, 분양률 등 자체 통계 12종과 외부기관 통계 70종 등 80여종의 자료를 제공한다. 이달 1일 서비스 시작과 함께 방문자가 몰리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으로 새 출발

주택 부족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는 해외에도 수출한다. 2012년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과 양해각서를 맺고 보증제도 관련 자문 및 지식교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년 7월에는 주택도시기금으로 바뀌는 105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 전담 운용기관으로 재도약한다. 정부가 올해 초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민주택기금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전면 개편하고 기금의 전담 운용기관으로 대한주택보증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럴 경우 주택분야에 한정된 기금 용도가 도시재생분야로 확대된다. 현재 대출만 가능한 지원방식도 출자, 투·융자, 공적보증 등 수요자 맞춤형으로 다양화한다. 종전의 국민주택기금 사업 및 규모는 유지하고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로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