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로 중동 플랜트시장 위축…국내 주택시장은 회복세 이어질 듯
건설업종은 ‘해외 사업’이라는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시기를 맞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급증한 해외, 특히 중동 지역 플랜트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축소 중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올 1분기 중동의 발주는 81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로 3분기 발주는 305억달러로 전년 대비 50% 넘게 감소했다.

한국의 해외 수주와 연관성이 높은 중동 플랜트 발주액 역시 하반기에 급감했다. 중동의 발주 재정은 73% 이상이 정부 재정이다. 중동 전역의 재정 균형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중반인 만큼 지금의 70달러대 초반 유가는 중동 국가의 재정 적자로 연결되기 쉽다. 내년 발주시장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요인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저가수주 여파다. 건설업종 주가 역시 시장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해외 부문과 달리 국내 건설업 시황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먼저 국내 건설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건설수주액이 올해 최소 101조원으로 작년보다 10%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1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 규모가 2007년 128조원에서 2013년 91조원까지 줄곧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6년 만에 회복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시장 회복은 주로 주택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아파트 분양 가구 수는 34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이것이 건축 수주 증가로 이어지며 전체 수주시장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평창올림픽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도 예상돼 주택과 토목이 주도하는 시장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회복은 분양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핵심 부동산 대책인 4·1대책과 9·1대책 영향이다. 각 대책은 주택공급 감소(4·1대책)와 재건축·재개발 등 멸실 촉진(9·1 대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양시장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국내외 상반된 업황 속 내년 건설업 시장의 특징을 전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골조용 건자재’ 시장의 성장이다. 올해 분양 증가로 건설수주액이 증가하고 이는 내년 건자재(주로 골조용 건자재)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멘트와 레미콘 등 골조용 건자재는 2007년 이후 지속적인 시장침체 속에 출하량을 늘릴 수 없었다. 내년 시멘트 출하량은 최소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내륙 연안 시멘트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두 번째는 ‘B2B(기업 간 거래)’ 건자재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과 올해 건자재 부문 성장을 주도한 것은 ‘B2C(기업·개인 간 거래)’ 시장이었다. 그러나 내년 시장은 B2B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신규 분양 수가 20% 넘게 늘었고 착공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대기 물량도 작년 7만가구에서 올해 10만6000가구로 증가했다. 이런 물량들이 주택 3법 시행과 함께 분양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므로 당분간 B2B 중심의 건자재 시장은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세 번째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시장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저유가 영향으로 원유·가스 생산 분야의 투자가 감소하고, 신규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투자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중남미(중국향 수출 확대), 독립국가연합(유럽향 에너지 수출 확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중동과 북미, 호주 등 선진국)에서 플랜트 발주 감소가 예상된다. 해외 사업은 2008년 이후 국내 시장 침체를 대체하며 신규 성장 동력 역할을 해왔으나 성장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 중동 시장은 올해 600억달러의 플랜트 발주가 예상되나 내년 플랜트 발주는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과 건자재 업종은 최근 상반된 업황 속에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최근 대림산업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회사들이 운영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프랑스 빈치(Vinci) 등 선진국 건설회사와 같이 인프라 투자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상욱 <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swchae@hana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