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과거·현재 공존하는 서울의 풍경, 밤늦게 걸어도 안전한 '매력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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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바티스 사장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제 고향 필라델피아선 어림없죠"
한국 부임 1년차 '걷기 마니아'
혜화동 좁은 골목길서 헤매다가 길 물으러 들어간 조그만 호프집
알고보니 주인집 아들과 대학동문
오리지널 의약품 키우려면
혁신적 투자 이뤄진 의약품은 적절한 보상 반드시 필요하죠
한국 부임 1년차 '걷기 마니아'
혜화동 좁은 골목길서 헤매다가 길 물으러 들어간 조그만 호프집
알고보니 주인집 아들과 대학동문
오리지널 의약품 키우려면
혁신적 투자 이뤄진 의약품은 적절한 보상 반드시 필요하죠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한국노바티스 사장(42)은 지난 18년간 이탈리아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일했다. 한국에 사장으로 부임한 것은 올해 1월이다.
글라드스덴 사장을 만난 곳은 서울 삼청동에 있는 ‘단풍나무집’이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구이 등을 파는 한식당이다. 콘크리트 노출벽과 나무 장식이 어우러져 카페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회사 직원들과 회식하러 가끔 오는 곳”이라며 “현대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어울린 분위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내가 경험해본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한국 회식문화 인상적”
글라드스덴 사장은 회식 때 즐겨 먹는다는 한우숙성등심과 양념갈비꽃살을 주문했다. 불이 붙은 화로와 김치 마늘고추장무침 등 밑반찬이 상 위에 올라왔다. 생고기인 등심은 신선해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식사자리는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유대관계를 다지는 사교의 장인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화롯불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음식문화가 한국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노릇하게 구워진 등심을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라고 권했다.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퍼졌다. 은근히 달짝지근한 양념갈비꽃살도 맛이 좋았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아내와 10살짜리 아들, 8살짜리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는 직답을 하지 않고 경험한 일을 얘기했다. “지난봄에 가족과 함께 북악산 등산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어디서 음악 소리가 난다’고 해서 등산로를 벗어나 음악 소리를 따라갔습니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단소로 생각되는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죠.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죠. 아내와 함께 ‘정말 한국적인 순간’이라고 얘기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 좋아해"
글라드스덴 사장은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을 때 기분이 묘하게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걷기 정말 좋은 도시라고 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일할 때도 자주 걸어 다녔는데 재미가 없었다”며 “서울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걷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한 번은 서울 혜화동에서 걷다가 좁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점점 더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작은 호프집이 눈에 띄어 길을 물으러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이 치킨 한 접시와 맥주를 먹고 가라고 권했다. ‘치맥’을 먹고 있자니 가게 주인 아들이 길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이 나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동문이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서울 골목길에서 동문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 세상이 사실은 상당히 작은 세계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부터 집이 있는 성북동까지 걸은 적도 있었다. 5~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내비게이션으로 22㎞)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위협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위험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어떤 동네는 피해 다니라’고 내게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서울의 매력이죠. 제 고향인 필라델피아에서조차 밤늦게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그는 “서울은 24시간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 차원에서 훌륭한 도시”라며 “한국 생활을 살짝 걱정했던 부모님도 한국에 오고 나서는 ‘정말 멋진 곳’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기를 먹던 그는 고추장이 양념된 마늘장아찌를 입에 넣었다. 그는 “고기와 마늘장아찌를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며 “한국 음식은 냄새가 고약할수록 맛이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역사책으로 한국을 이해
글라드스덴 사장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책을 읽고 있다. 요즘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쓴 ‘더 임파서블 컨트리’를 읽고 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한국어 제목으로도 번역 출판된 책이다.
그는 한국이 낳은 인물 가운데 세종대왕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글자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세종대왕은 또 국방에도 많은 힘을 쓴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재위 기간 많은 업적을 이룬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틈틈이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쓰고 읽는 것은 하루 정도면 됩니다. 하지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고 활용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한국어를 더 빨리 습득합니다. 한 번은 식당 주인이 뭐라고 말했는데 딸 아이가 ‘아빠, 계산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요’라고 통역을 해줬어요.”
◆“혁신에 대한 보상 이뤄져야”
종업원이 식사 주문을 받았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된장찌개를 달라”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직원들과 처음 회식하는데, 된장찌개를 빼고 다른 메뉴에서 고르라고 얘기하더군요. 냄새가 고약하다면서요. 호기심이 들어 된장찌개를 시켰습니다. 직원들 말대로 냄새도 거슬렸고, 너무 맵고, 뜨거웠어요. 그날은 다 먹지 못하고 남겼습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맛이었습니다. 요즘은 회식할 때마다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식사 막바지에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한국은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빨리 수용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제약산업은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좀 더 혁신적으로 연구개발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약값 정책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투자가 이뤄진 의약품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탄탄한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제약사와 정부, 의사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 환자들에게 보다 혁신적인 의약품을 빨리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일하면서 얻은 결론은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를 일치시킨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회사가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보고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가치는 배움, 사랑, 웃음, 세상을 흔들자는 네 가지”라며 “노바티스의 가치와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 글라드스덴 사장의 단골집 단풍나무집
‘1등급 투플러스’ 한우 숙성등심이 인기 메뉴
단풍나무집은 2005년 서울 삼청동에서 문을 연 고기전문 한식당이다. 인기 메뉴인 한우 숙성등심은 국내산 한우를 쓴다. 단풍나무집은 1등급 투플러스(1++) 한우만 쓴다고 설명했다. 1인분(150g) 가격은 3만4900원이다. 양념갈비꽃살(2만6500원)은 미국산이다.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달짝지근한 양념이 일품이다. 단풍나무집만의 특제양념으로 버무린 불고기(1만9900원)와 우삼겹(1만4900원)도 인기가 많다.
돼지고기는 제주도산만 사용한다. 제주흑오겹살(1만6900원), 제주흑목살(1만5900원), 제주냉장천겹(1만5900원) 등을 내놓고 있다. 고기를 먹은 뒤 김치찌개 된장찌개 물냉면 김치말이쌀면 등을 먹을 수 있다. 발레파킹이 가능하다. 서울 이태원점, 명동점, 강남역점 등 지점 세 곳도 운영하고 있다. 삼청동점 (02)730-7461
■ 한국노바티스는…
노바티스그룹은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헬스케어 회사다. 지난해 총매출은 579억달러(약 61조4000억원). 노바티스그룹은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의 17%인 99억달러(약 10조5000억원)를 R&D에 투자했다. 노바티스그룹은 13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노바티스그룹의 국내 자회사다.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엑스포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온브리즈,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 진행성유방암 치료제 아피니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4832억원.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서는 한국화이자(5993억원)에 이어 2위. 한국노바티스에서는 직원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사장
△199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금융·국제경영학과 졸업 △1994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국제경영학 석사 △1996년 MSD 입사 △1997년 바이엘 입사 △2001년 노바티스 입사 △2005년 노바티스 일본 항암제사업부 개발 및 마케팅 책임자 △2008년 노바티스 오스트리아 및 슬로바키아 항암제사업부 사장 △2011년 노바티스 호주 및 뉴질랜드 항암제사업부 사장 △2014년 한국노바티스 사장
조미현/김형호 기자 mwise@hankyung.com
글라드스덴 사장을 만난 곳은 서울 삼청동에 있는 ‘단풍나무집’이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구이 등을 파는 한식당이다. 콘크리트 노출벽과 나무 장식이 어우러져 카페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회사 직원들과 회식하러 가끔 오는 곳”이라며 “현대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어울린 분위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내가 경험해본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한국 회식문화 인상적”
글라드스덴 사장은 회식 때 즐겨 먹는다는 한우숙성등심과 양념갈비꽃살을 주문했다. 불이 붙은 화로와 김치 마늘고추장무침 등 밑반찬이 상 위에 올라왔다. 생고기인 등심은 신선해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식사자리는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유대관계를 다지는 사교의 장인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화롯불에 둘러앉아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음식문화가 한국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노릇하게 구워진 등심을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라고 권했다.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퍼졌다. 은근히 달짝지근한 양념갈비꽃살도 맛이 좋았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아내와 10살짜리 아들, 8살짜리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는 직답을 하지 않고 경험한 일을 얘기했다. “지난봄에 가족과 함께 북악산 등산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어디서 음악 소리가 난다’고 해서 등산로를 벗어나 음악 소리를 따라갔습니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단소로 생각되는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죠.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죠. 아내와 함께 ‘정말 한국적인 순간’이라고 얘기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 좋아해"
글라드스덴 사장은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을 때 기분이 묘하게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걷기 정말 좋은 도시라고 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일할 때도 자주 걸어 다녔는데 재미가 없었다”며 “서울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걷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한 번은 서울 혜화동에서 걷다가 좁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점점 더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작은 호프집이 눈에 띄어 길을 물으러 들어갔는데, 가게 주인이 치킨 한 접시와 맥주를 먹고 가라고 권했다. ‘치맥’을 먹고 있자니 가게 주인 아들이 길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자신이 나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동문이었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서울 골목길에서 동문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 세상이 사실은 상당히 작은 세계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부터 집이 있는 성북동까지 걸은 적도 있었다. 5~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내비게이션으로 22㎞)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위협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위험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어떤 동네는 피해 다니라’고 내게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서울의 매력이죠. 제 고향인 필라델피아에서조차 밤늦게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그는 “서울은 24시간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 차원에서 훌륭한 도시”라며 “한국 생활을 살짝 걱정했던 부모님도 한국에 오고 나서는 ‘정말 멋진 곳’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기를 먹던 그는 고추장이 양념된 마늘장아찌를 입에 넣었다. 그는 “고기와 마늘장아찌를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며 “한국 음식은 냄새가 고약할수록 맛이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역사책으로 한국을 이해
글라드스덴 사장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책을 읽고 있다. 요즘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쓴 ‘더 임파서블 컨트리’를 읽고 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한국어 제목으로도 번역 출판된 책이다.
그는 한국이 낳은 인물 가운데 세종대왕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글자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세종대왕은 또 국방에도 많은 힘을 쓴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재위 기간 많은 업적을 이룬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틈틈이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쓰고 읽는 것은 하루 정도면 됩니다. 하지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고 활용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한국어를 더 빨리 습득합니다. 한 번은 식당 주인이 뭐라고 말했는데 딸 아이가 ‘아빠, 계산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요’라고 통역을 해줬어요.”
◆“혁신에 대한 보상 이뤄져야”
종업원이 식사 주문을 받았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된장찌개를 달라”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직원들과 처음 회식하는데, 된장찌개를 빼고 다른 메뉴에서 고르라고 얘기하더군요. 냄새가 고약하다면서요. 호기심이 들어 된장찌개를 시켰습니다. 직원들 말대로 냄새도 거슬렸고, 너무 맵고, 뜨거웠어요. 그날은 다 먹지 못하고 남겼습니다.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맛이었습니다. 요즘은 회식할 때마다 된장찌개를 먹습니다.”
식사 막바지에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글라드스덴 사장은 “한국은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빨리 수용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제약산업은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빨리 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좀 더 혁신적으로 연구개발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약값 정책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투자가 이뤄진 의약품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탄탄한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제약사와 정부, 의사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해 환자들에게 보다 혁신적인 의약품을 빨리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일하면서 얻은 결론은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를 일치시킨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회사가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지를 보고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가치는 배움, 사랑, 웃음, 세상을 흔들자는 네 가지”라며 “노바티스의 가치와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 글라드스덴 사장의 단골집 단풍나무집
‘1등급 투플러스’ 한우 숙성등심이 인기 메뉴
단풍나무집은 2005년 서울 삼청동에서 문을 연 고기전문 한식당이다. 인기 메뉴인 한우 숙성등심은 국내산 한우를 쓴다. 단풍나무집은 1등급 투플러스(1++) 한우만 쓴다고 설명했다. 1인분(150g) 가격은 3만4900원이다. 양념갈비꽃살(2만6500원)은 미국산이다.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달짝지근한 양념이 일품이다. 단풍나무집만의 특제양념으로 버무린 불고기(1만9900원)와 우삼겹(1만4900원)도 인기가 많다.
돼지고기는 제주도산만 사용한다. 제주흑오겹살(1만6900원), 제주흑목살(1만5900원), 제주냉장천겹(1만5900원) 등을 내놓고 있다. 고기를 먹은 뒤 김치찌개 된장찌개 물냉면 김치말이쌀면 등을 먹을 수 있다. 발레파킹이 가능하다. 서울 이태원점, 명동점, 강남역점 등 지점 세 곳도 운영하고 있다. 삼청동점 (02)730-7461
■ 한국노바티스는…
노바티스그룹은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헬스케어 회사다. 지난해 총매출은 579억달러(약 61조4000억원). 노바티스그룹은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의 17%인 99억달러(약 10조5000억원)를 R&D에 투자했다. 노바티스그룹은 13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노바티스그룹의 국내 자회사다. 고혈압 치료제 디오반·엑스포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온브리즈,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 진행성유방암 치료제 아피니토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4832억원.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서는 한국화이자(5993억원)에 이어 2위. 한국노바티스에서는 직원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사장
△199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금융·국제경영학과 졸업 △1994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국제경영학 석사 △1996년 MSD 입사 △1997년 바이엘 입사 △2001년 노바티스 입사 △2005년 노바티스 일본 항암제사업부 개발 및 마케팅 책임자 △2008년 노바티스 오스트리아 및 슬로바키아 항암제사업부 사장 △2011년 노바티스 호주 및 뉴질랜드 항암제사업부 사장 △2014년 한국노바티스 사장
조미현/김형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