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영화 '명량' 영국에서 만들었다면
영화 ‘명량’(사진)은 18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17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이었다. 이 영화는 내용도 뛰어났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첨단 컴퓨터그래픽(CG)이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CG 전문업체 매크로그래프 측은 이 프로젝트로 36억4000만원을 벌었다. 제작사로부터 43억원을 받았고, 이 중 6억6000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매크로그래프 측이 이 작업을 영국에서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수입이 41억7100만원으로 5억3000만원 늘어나게 된다. 영국에서는 첨단 영화 제작 지원 차원에서 CG 제작 비용의 25%를 현금으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명량의 스케일이 더 컸다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한국은 편당 2억원으로 제작 지원 비용에 한도가 있지만 영국은 지원에 한도가 없다. 100억원짜리 작업이라면 한국은 지원금이 2억원, 영국은 25억원이 된다. 이런 정률 세환급제도는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에도 있다. 캐나다는 17.5%를, 뉴질랜드는 20~25%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

한국 정부도 2012년 해외 대형 영화제작사의 국내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은 30억원. 그나마 이 예산을 쓰는 외국 영화제작사가 없어 예산 규모가 계속 줄다가 올해는 10억원으로 떨어졌다. 김영근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 담당은 “해외 로케이션을 위해 수백억원씩 쓰는 해외 대형 제작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촬영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에 한국 촬영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영화사들을 위해서는 정액제로 현금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 예산으로 50억4000만원이 배정돼 있다. 이 예산은 다시 4개 사업에 나눠 집행된다. 시나리오 공모전에 5억6000만원, 50편의 한국 영화를 기획·개발하는 데 7억6000만원, 50편의 독립영화 제작 지원에 12억원, 50편의 한국 영화 개봉작 지원에 20억2000만원이다.

■ 특별취재팀=박수진 산업부 차장(팀장), 강현우 산업부 기자,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