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을 맞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10일 막걸리, 부동액, 아크용접기 등 6개 품목을 적합업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로 기간이 만료되는 82개 업종 중 중기 쪽에서 연장신청을 하지 않은 5개 업종을 포함, 총 19개 업종이 적합업종에서 사실상 해제됐다. 4분의 1가량이 지정 취소된 것이다. LED 조명, 국산콩 두부 등 나머지 51개 품목에 대해서도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해제될 품목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적합업종 해제 품목이나 업종이 늘고 있는 것은 지난 3년간 운영해 보니 애초 취지와 달리 중기 보호와 경쟁력 강화에 별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폐지가 확정된 막걸리만 해도 2011년 지정 후 생산량이 매년 줄어드는 등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문을 닫은 중소업체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두부 역시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이 손을 빼자 국산콩 소비가 줄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부작용은 처음부터 너무나 명백하게 예상된 것이었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쪼개 칸막이를 치는 정책은 결국 시장을 죽이고 대기업, 중소기업, 소비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합업종 지정 후 매출 증가율이 그 전보다 12.7%포인트 낮아지고 영업이익률도 4.7%에서 3.8%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빈기범 명지대 교수팀)도 있다. 오죽하면 막걸리가 적합업종에서 빠지자 관련 업계는 ‘붐’을 기대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겠는가.

문제는 부작용이 드러나 뒤늦게 지정이 취소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반위도 동반위원장도 묵묵부답이다.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피해는 보상받을 길이 없다. 동반위는 지정 해제된 품목을 ‘상생협약’ ‘시장감시’ 등으로 분류하고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번 해제했으면 그만이다. 적합업종 선정이 규제가 아닌 업계의 자발적 협약이라면서도 동반위가 마치 감독관청처럼 행동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오직 하루속히 폐지하는 것뿐이다. 막걸리처럼 시장이 다 죽어버린 뒤에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