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3.8%에서 3.5%로 낮췄다. 한국 경제가 비상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국책연구소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고려해 민간경제연구소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게 관행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우선 KDI 전망치가 정부(4%)나 한은(3.9%)보다 크게 낮다. 더욱이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 국제기구 전망치와 비교해도 가장 비관적인 예측이다. 심지어 경기 하강압력이 강해 돌발적인 대내외 악재라도 불거지면 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KDI의 경고다.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성장률이 낮게 나온 근거들을 보면 심상치 않다. 민간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3.5%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KDI의 설명은 그만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중국경제의 둔화, 유로존의 회복 지연, 엔저 공세, 미국의 금리인상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까닭이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는 이런 위기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회는 한가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 떠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무슨 호기라도 만난 듯 돈풀기 통화정책의 실패라며 경제팀 비판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야당 주장대로 경제팀이 엉뚱한 데 힘을 소진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야당 정치인들은 그렇게 비난할 자격이 없다. 부동산 3법은 물론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하루가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바로 야당이 아닌가 말이다. 공무원연금, 공기업 등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경제팀이 야당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더라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이대로 가면 야당이 경제파탄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길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