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 11개국 104명 참가 "친구들과 멋진 작품 만들겠다"
![부산 벡스코에서 11일 열린 ‘장애청소년 글로벌 IT챌린지’ 대회에서 태국팀 참가자들이 컴퓨터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김태현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412/AA.9383542.1.jpg)
행사장에서 만난 태국팀의 파윈 피엠타이(22·세인트 가브리엘 고교 2년)는 5명의 친구들과 함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피엠타이는 “글을 말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장비로 작품을 구상하면 눈으로 볼 수 있는 친구가 컴퓨터에 내용을 옮겨주고 있다”며 “한국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뒤 귀국하는 내용을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 5시간 이상 컴퓨터 공부를 한다는 그는 “앞으로 컴퓨터나 수학, 과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해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팀 건너편에는 베트남팀이 작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엥유엥린(15·한베재활지원센터 5년)은 대회에 선발돼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휠체어를 탄 소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 대회 때 3등상을 받았다”며 “다른 나라 친구들도 만나보고 컴퓨터 공부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친구들과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박종우 군(17·한국우진고 2년)은 선천성 지체장애 1급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앉거나 누워 가며 왼손 검지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힘들긴 하지만 이 대회 홍보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며 “친구들과 힘을 합쳐 만들다 보니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팀인 정지혜 양(17·대전신일여고 2년)도 고도난청으로 잘 들을 수 없는 상태인데도 한글, 파워포인트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나의 꿈’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참가했다”며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철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회장(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해 대회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연 행사로 의미가 있다”며 “장애인들이 정보기술(IT)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장애인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 청소년들의 정보격차 해소와 교류를 위해 열린 이 대회는 10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하고 LG유플러스 등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 장애 청소년 44명과 아세안 10개국 장애 청소년 60명 등 104명이 각 지역 예선을 거쳐 참가했다. IT 전문가와 교사 80명, 자원봉사자와 실무자 85명 등도 참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