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신청 마감일인 11일. KDB대우증권 광화문지점을 찾은 한 노신사는 개인 청약한도 55억원을 꽉 채운 공모주 청약신청서를 직원에게 건넸다. 그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돈을 끌어모으고 빌딩과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이 공모가 ‘흥행 신기록’을 세울 수 있던 배경에는 낮은 금리와 증시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이 ‘제일모직 공모주를 받으면 돈이 된다’는 기대에 한꺼번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517만원에 1株 받아…빌딩·주식 담보로 제일모직에 '베팅'
○“무조건 돈된다” 풀베팅

이날 제일모직 청약을 받은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의 영업점은 콜센터를 방불케 했다. 유미연 대우증권 광화문지점 영업팀장은 “방문 고객의 청약 주문을 받으면서 전화 문의도 응대하느라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청약행렬에는 기업도 가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명 중견기업이 법인자금을 이용해 청약한도를 가득 채워 신청했다”며 “다른 증권사도 돌아다니며 추가 청약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제일모직의 일반 공모 청약경쟁률은 194.9 대 1에 달했다. 증거금(청약대금의 50% 기준)으로 5168만원을 넣어야 10주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 ‘학습효과’도 영향

증권업계에선 제일모직 공모에 뭉칫돈이 몰린 이유로 삼성SDS 학습효과를 꼽고 있다. 삼성SDS가 상장 직후 공모가(19만원)의 2배가 넘는 42만원까지 치솟은 걸 지켜본 투자자들이 ‘제일모직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황지연 우리투자증권 서울 반포웰스매니지먼트센터(WMC) 차장은 “삼성SDS 학습효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 ‘제일모직 공모주는 최대한 많이 배정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덕수 삼성증권 서초지점장은 “상당수 투자자는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낮은 은행 예금 금리와 지지부진한 증시도 제일모직 공모 흥행돌풍에 한몫했다. 이진영 대우증권 광화문지점 마스터프라이빗뱅커(PB)는 “많은 투자자가 제일모직 공모주만큼 확실하게 돈 벌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미청약 자금이 4일 뒤인 15일 환급되는 점을 감안해 상당수 자산가들이 대출을 받아 10억원 내외 규모로 청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IPO 활황 이어질까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제2의 제일모직’을 찾는 데 쏠리고 있다. 청약자들은 공모주를 배정받고 남은 증거금을 오는 15일 환급받는다. 증권업계에서는 환급금 중 일부가 항공기 부품업체 아스트 등 연내 상장하는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도 현대자동차 계열 광고업체인 이노션을 비롯해 NS쇼핑, 롯데정보통신 등 대어급 기업 상장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상무는 “올해 후끈 달아오른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지 않는다면 올해보다 상장 기업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이유정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