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인문·사회 계열의 문과 대학생들이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에 몰리고 있다. PEET는 2009년 약학대학 학제가 4년제에서 6년제로 개편되면서 도입된 약학대학 3학년 편입학 시험이다.

'藥大 관문' PEET에 몰리는 문과생들
2012년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최모씨(29)는 최근 PEET 학원을 돌며 ‘약대 진학’ 상담을 받고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20여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최씨는 “차라리 좀 더 공부해서 전문직이 되는 것이 어떠냐는 부모님 조언에 따라 PEET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의사가 될 수 있는 의학전문대학원 시험보다는 약대 시험이 조금은 수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PEET 준비 학생들이 모이는 ‘약대가자’ 등 인터넷 카페에도 시험을 준비하는 문과생들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인문대 재학생인데 복수전공을 생명공학으로 돌려서 약대를 지원하면 가망이 있을까요?’라는 글처럼 약대 진학을 위한 스펙과 필수 수업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

약대에 편입하려는 문과 대학생들이 늘면서 PEET 응시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시험 응시자는 1만4706명으로 지난해(1만4330명)보다 증가했다. 이공계를 제외한 비전공자 응시자 수도 2012년 이후 3년 연속 2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PEET 학원들은 ‘문과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일 신촌의 한 PEET 준비학원은 ‘문과생을 위한 약대 합격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 홍보포스터 등에는 ‘언제까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공부에 올인하실건가요?’라는 파격적인 문구가 씌어 있었다. 설명회엔 100여명의 학생이 몰렸다.

강남의 한 PEET 준비학원은 비전공자 과정 수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PEET가 생물학, 화학, 유기화학, 물리학 등으로 구성되다 보니 바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문과생들을 위한 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찬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직업인 약사가 되려는 학생들이 편입에 적극적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전문직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