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엔저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고기덮밥(규동) 체인 요시노야는 오는 17일부터 규동 가격을 30%가량 인상한다. 규동의 보통 한 그릇은 300엔에서 380엔으로 오른다.

회사 측은 엔화 약세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 등 원재료비 상승과 일손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8일 121엔대까지 떨어져 최근 3개월여 만에 15% 이상 하락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2년간 40% 이상 떨어졌다.

냉동식품, 홍차 등 식료품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식품업체인 교쿠요는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냉동식품가격을 5~22%씩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수산도 내년 1~2월 출하분부터 닭고기 등 가정용 냉동식품가격을 3~15% 올리기로 했다. 에자키 글리코 역시 내년 3월부터 아이스크림 가격을 10%가량 올리고 미쓰이농림은 홍차 티백 가격을 5~10% 인상한다.

식자재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뛰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에 그쳤지만 신선 수산물은 10.0%, 육류는 8.7% 상승했다. 연어는 100g당 289엔으로 1년 새 32% 급등했고 수입 새우(27%), 수입 소고기(22%), 수입 오렌지(17%) 등도 엔화가치 하락에 따라 큰 폭으로 뛰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