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시장 덮친 '3大 악재'…유가 60弗 붕괴 직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에 하루 평균 100만배럴이 넘는 원유공급 과잉상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신 보고서에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4% 이상 곤두박질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유가 급락을 부추겼다.

○배럴당 50달러대 진입 초읽기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4.51% 급락한 60.9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7월 이후 5년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3.89% 하락한 64.25달러에 거래됐다. 수요 감소와 공급 및 재고 증가라는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오면서 60달러 중반대에서 버티던 유가를 끌어내렸다.

내년 원유공급 과잉 규모가 하루 평균 108만배럴로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OPEC의 12월 보고서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보고서는 내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9113만배럴에서 9226만배럴로 113배럴(1.2%)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셰일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등 비OPEC 회원국의 생산증가량은 이보다 많은 136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OPEC에 대한 원유 수요는 올해 2936만배럴에서 2892만배럴로 최근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OPEC이 하루 생산량 3000만배럴을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시장에 과잉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OPEC이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지난달 하루 9233만배럴에서 9226만배럴로 낮춘 것도 유가 하락을 압박했다.

○사우디, 감산 거부 방침 재확인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이날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왜 우리가 생산을 줄여야 하느냐”며 감산할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유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그는 “모든 원자재 가격은 시장 논리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그동안 생산량을 조절해 수급을 원활하게 만드는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145만배럴 늘어난 3억8079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것도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재고량이 220만배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업계는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통한 생존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BP가 인원 감축 등을 통해 총 10억달러의 비용 절감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줄이고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중단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셰일원유 업계도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WSJ는 미국 차입 비중이 큰 셰일업체 오아시스와 굿리치 페트롤리엄 등 셰일원유업체가 내년 자본지출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순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