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땅콩 리턴'에서 얻는 교훈
삼성그룹은 지난 9일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사회공헌 후원금 620억원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매칭 그랜트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일정 금액을 모으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붙여 기부하는 것이다. 20만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국내 임직원 중 88%인 약 17만6000명이 참가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은 이날 이와 별도로 500억원의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중국발 스마트폰 위기로 그룹 경영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기부금 액수를 줄이지 않았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 직후 새내기 사장들의 첫 공식일정도 ‘쪽방촌 봉사활동’으로 잡는다. “기업의 목적이 사회에 기여하는 데 있다는 걸 신임 사장들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이 올해 각종 사회공헌에 쓴 돈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라는 게 재계 추산이다. 삼성뿐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꾸준히 사회공헌을 위해 뭉칫돈을 내놓는다. 기업들의 이 같은 공헌 활동은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며 비행기를 후진시킨 이른바 ‘땅콩 리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터진 후 본인이 직접 사과하지 않은 데 따른 비판여론도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이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업을 소유한 오너 일가라도 종업원을 존중하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가볍게 여긴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계 인사들은 이 사건이 오너가 이끄는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 또는 증오로 퍼지고 있는 게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히 희화화하는 차원을 넘어 재벌가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대기업 임직원들은 힘이 빠진다는 분위기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는 “오너 기업인들이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번 사태로 인식이 악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너가(家) 일원이 스스로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