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로봇이 완성하는 뮤지컬 감동
뮤지컬 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오페라의 유령’ 도입부에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꼽힌다. 영국 공연기술 전문회사 TAIT는 총 16개의 케이블과 32개의 윈치(도르래로 감는 장치)로 샹들리에의 속도와 위치를 제어해 정확하고 조용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안전을 위해 3개의 윈치나 케이블이 작동되지 않는 불의의 상황도 극복하도록 설계했다.

《로봇, 뮤지컬을 만나다》는 문화도 새로운 전략과 무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를 맞아 기술과 문화가 융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공연 현장을 소개한다. 로봇은 기계, 통신 등 모든 기술이 합쳐진 상징적 키워드다. 저자는 유명 뮤지컬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캣츠’에서는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거대한 타이어를 타고 날아올라 구름을 닮은 구조물 안으로 사라진다. 초연에서 유압식 기계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하던 것을 올해 한국 공연에서는 5개의 축을 가진 다관절 로봇과 제어기를 활용해 더욱 박진감 있게 표현했다. ‘킹콩’은 기계로 만든 킹콩 캐릭터에 여러가지 전자장치를 부착해 조종한다. 킹콩 조종 인력만 35명이다. 저자는 “국내 뮤지컬산업도 외국산과 창작 뮤지컬에 한국식 신기술을 접목해 가공·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