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다리 아닌 희망으로 우뚝 일어선 여인
고통의 정도는 주관적이다. 남들이 보기엔 별일 아닌 일이 당사자에겐 이기지 못할 만큼 힘이 들 수 있다. 한편 끔찍한 역경을 보란 듯이 이겨내는 이들도 있다. 중국에 사는 20대 여성 랴오즈(사진)는 후자에 속한다.

《랴오즈》는 원촨 대지진 당시 원촨현 멘주시의 7층짜리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여성 랴오즈가 쓴 희망 일기다. 그는 스물세 살의 평범한 무용교사였다. 2008년 5월12일 중국 쓰촨성 원촨현에서 일어난 대지진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날 7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반토막이 났다. 그는 26시간 동안 콘크리트 더미 아래 매몰됐다. 돌이 채 지나지 않은 딸과 시어머니가 함께였지만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그 혼자였다.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있던 다리에 피가 돌면서 패혈증이 나타났다. 살기 위해 두 다리를 잘랐다. 남편과도 이혼하게 됐다.

[책마을] 두 다리 아닌 희망으로 우뚝 일어선 여인
랴오즈는 분노와 부정 대신 희망을 택했다. 다리를 절단한 지 두 달 만에 무대에 올라 무릎을 꿇고 북춤을 선보였고, 이후 장애인예술단을 만들어 홍콩, 캐나다 등 해외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쓰촨성 야안시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재해지역을 찾아 천막을 치며 자원봉사를 했다.

“지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 원망스럽지 않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이건 다 하늘의 뜻이야. 나는 그저 묵묵히 따르기만 하면 돼. 원망하면 내 삶만 더 암담해질 뿐이니까. 아무리 울어도 현실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침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