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플랜트 부품 제조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포스코(34.52%) 포스코건설(7.43%)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41.95% 지분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적자 누적으로 부채비율이 700%를 넘는다.
포스코의 고민…'적자늪 子회사' 플랜텍 어쩌나
포스코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특수강 매각 계약 승인과 함께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 해양 업황 부진으로 포스코플랜텍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다”며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긴급 지원을 통해 회사 재무구조를 끌어올린 뒤 매각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82년 철강 생산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로 출범한 포스코플랜텍은 작년 7월 조선, 해양 플랜트 부품 제조사 성진지오텍(2010년 인수)과 합병했다. 덩치는 키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조선, 해양 업황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손실이 지난해 630억원에 이어 올해는 3분기 말 기준으로 6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2012년 708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6034억원, 올해 3분기 말 4774억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 해양 플랜트 발주가 줄어들면서 부품 수요도 급감했다”며 “최근 들어 저유가로 인해 발주가 자취를 감추면서 실적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성진지오텍 인수가 잘못된 투자 결정이라는 내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올 들어 3분기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해양 플랜트 부문 매출은 2039억원, 철강 설비 부문 매출은 2735억원이다. 철강 설비 부문은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해양 플랜트 부문은 영업손실이 627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0년 313.9%에서 4년 만인 올해 3분기 말 736.6%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해양 업계에선 발주사가 부채비율이 250%가 넘는 회사와 부품 공급 계약을 맺는 걸 꺼린다”며 “부채비율이 700%가 넘으면 사실상 수주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앞으로 조선, 해양 부문 사업을 축소할 방침이며 지난 8월부터 직원 1117명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사업 축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다른 계열사 전직 등을 통해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원을 해도 좀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