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도 '집으로'…한국야구 'ML 굴욕'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김광현(26·SK와이번스)이 12일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양현종(26·KIA 타이거즈)에 이어 김광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두 ‘에이스’ 투수가 메이저리그 입단 계약에 실패하면서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이 흔들리게 됐다. 국내 자유계약(FA)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투수의 몸값이 높아진 것도 이들의 잔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MLB 선발 보장 못해”

SK 와이번스는 이날 “김광현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며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포스팅을 허락해준 SK와 끝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준 샌디에이고 구단, 에이전트에 고맙다”며 “다시 돌아온 SK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좀 더 준비해서 기회가 된다면 빅리그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올해 초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SK구단도 이를 적극 지원했다. 2년 전 류현진(27·LA 다저스)이 구단 입찰액만 약 2573만달러(약 284억원)를 한화에 안기며 화려하게 떠났던 모습을 기대해서다.

하지만 포스팅 금액은 류현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0만달러(약 22억원)에 그쳤다. SK는 선수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이를 받아들였지만 김광현은 결국 샌디에이고 구단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샌디에이고의 A J 프렐러 단장은 현지 언론인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을 통해 “계약 규모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결렬 이유를 밝혔다. 이 매체는 “팀의 ‘40인 로스터’가 이미 가득 차 있어 김광현을 받아들일 경우 로스터를 조정하거나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야 했다”며 “김광현이 적은 구종 탓에 불펜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광현은 류현진처럼 즉시 메이저리그 선발로 나서길 원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를 불펜투수 또는 마이너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할 투수라고 평가한 것이다.

양현종도 포스팅을 신청했지만 150만달러 안팎의 낮은 응찰액을 KIA 구단이 수용하지 않아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FA투수 몸값 폭등도 영향

김광현이 국내에 남기로 한 것은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몸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광현(평균자책점 3.42, 13승9패)보다 성적이 나을 게 없는 장원준(평균자책점 4.59, 10승9패)은 4년간 84억원을 받고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연봉이 일반적으로 포스팅 금액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면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에서 뛰더라도 장원준 몸값의 절반밖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또 내년부터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가 열리면 경기 수 확대에 따라 투수 수요도 늘어나 김광현의 몸값은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 한 프로야구단 단장은 “앞으로 토종 투수가 점점 더 귀해질 것”이라며 “장원준, 윤성환의 몸값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국내 상황을 지켜보면서 2년 후 FA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27)는 한국 야수로는 오는 15일 처음으로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고 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의 선례로 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미국 언론에서 입단이 유력한 구단으로 꼽은 3개 팀 가운데 뉴욕 메츠를 제외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이미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