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신동빈·서경배 회장의 같은 고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내 한 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있다. 신 회장은 매달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이 위원회 회의를 주재한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놓고, 2015년을 이 업무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독서광 최고경영자(CEO)’ 중 한 사람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남들보다 스마트폰을 5년 늦게 쓰기 시작했다. 그런 그도 요즘 눈뜨면 처음 하는 일, 잠자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이것이라고 답한다.

두 회장의 최대 관심은 ‘옴니채널’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와 국내 증시의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의 수장들을 사로잡고 있는 공통 단어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등 모든 유통 채널을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옴니’라는 표현이 붙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백화점에서 찾아가거나, 백화점 쇼핑 중 최저가를 검색해 모바일 쇼핑을 하는 등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구매 패턴을 일컫는다. 온라인쇼핑에 소비자를 뺏겨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옴니채널로 주도권을 다시 잡겠다며 적극적이다.

유통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옴니채널은 어느덧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와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2월까지 전국 전 점포에 블루투스를 활용한 ‘비콘(beacon)’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비자 동선에 따라 근처 매장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 등을 스마트폰으로 발송해 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모바일로 원격 주문·결제까지 하는 ‘사이렌 오더 시스템’으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해외 사례는 훨씬 파괴적이다. 아마존이 지난 4월 선보인 ‘대시(Dash)’는 집에서 스캔 기기로 화장지 같은 제품의 바코드를 찍거나 음성으로 제품명을 말하면 곧바로 아마존의 온라인 장바구니에 주문이 접수되도록 설계돼 있다.

기업활동 방향은 단 하나 ‘소비자’

옴니채널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베이의 ‘ZEC(zero effort commerce)’ 전략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소비자의 수고가 ‘제로’가 될 때까지 가장 편리한 쇼핑 환경을 실현시키겠다는 취지다. 우연히 본 가방이 마음에 들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최저가를 검색해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원 클릭’ 시스템을 지향한다. 소비자가 있는 모든 곳이 매장이 되며, 소비자를 한없이 ‘게으르게’ 만드는 업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신 회장과 서 회장이 고민하는 것도, 스타트 업(신생 벤처기업)의 직원들이 밤을 새워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반대로 공급자가 편안하면 가장 수고를 치러야 할 사람은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핀테크(Fin Tech)시장이 그런 격이다. 정부와 은행이 규제와 기득권으로 ‘편안히’ 지내온 대가로 한국의 금융 소비자들은 모바일 간편 결제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유명 명품백 업체의 광고 문구 중 이런 게 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게 바뀌어 가지만, 그 변화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가치는 그대로다. 비즈니스 세계의 방향성은 단 하나, 소비자밖에 없다.

윤성민 생활경제부장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