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이 최대주주이거나 외국계 투자를 받은 기업의 자진 상장폐지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증시 상장 수혜는 크지 않은 반면 공시 부담과 전략노출 등 불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자동차 부품업체 KCW는 주당 8000원에 지분 32.8%를 사들이는 공개매수에 착수했다. 현재 42%인 최대주주 지분율을 90%까지 끌어올려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겠다는 목표다. 이번 상장폐지는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것이다. 보쉬는 합작법인 설립 조건으로 상장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일본 히타치국제전기의 한국 계열사 국제엘렉트릭이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에 매각된 일본계 SBI모기지도 10월 공개매수를 거쳐 지난달 27일 상폐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최근 두 달 새에만 3개 회사가 상장폐지에 나선 셈이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사례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간혹 등장하다 최근 들어 급증세다. 다국적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에 인수된 옥션이 2004년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했고, 2010년에는 에스디(미국 IMI)가, 2011년에는 한국전기초자(일본 아사히글라스)가 각각 외국주주에 의해 상장폐지됐다. 작년엔 국내 1호 외국 상장사인 중국 3노드디지탈과 중국식품포장이 공개매수를 통해 나란히 코스닥시장을 떠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한 기업 중 상당수가 홍콩 등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쳐주는 시장에서 재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