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 6곳이 서울 동대문구청장 등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의 취소를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은 여러가지로 주목할 만하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위법이라는 첫 판결인 점도 그렇지만, 판결 내용에서도 골목상권 보호라는 일방적 관점에서 도입된 규제의 무모함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재판부는 지자체들의 조례 자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지자체가 명분으로 내세운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이 합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재판부는 영업제한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과는 반대다. 오히려 재판부는 이로 인해 중소상인이기는 마찬가지인 임대매장 업주의 권익이 침해받고, 소비자 선택권 또한 과도하게 제한됐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던 일본, 프랑스 등도 소비자의 선택권, 근로자의 일할 권리 등의 주장에 따라 이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추세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비슷한 맥락에서 도입된 규제들도 과감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