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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건배사 한마디로 이미지도 분위기도 띄워 ‘건배사 스타’가 됐다는 네티즌도 발견했다.
최근 다양한 건배사 관련 책과 핸드폰 어플, 심지어 동영상 강좌까지 등장했다. <대통령 건배사> 책을 저술한 작가 이황근 씨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건배사를 하는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눌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4단계를 소개했다.
◆ 1단계 <초보자> 대한민국 사람들의 영원한 건배사 ‘위하여!’
첫 번째 단계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외쳐봤을 “위하여!”버전. 인터넷 상에서 소위 1세대 버전 건배사로 통한다. 이 건배사는 ‘~를 위해 건배' '~을(를) 위하여' 앞에 송별회의 주최 이름을 넣어 외치는 형식이다.
◆ 2단계 <중급자> 세마디로 외치면 ‘끝’
최근의 건배사는 긴 문장을 줄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줄줄 읊어대는 형식이 아닌 간결하고도 강조될 수 있는 단어 000!를 외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걸.걸. 걸’이라고 외치는 건배사에는 '더 사랑할걸, 더 참을걸, 더 즐길걸.'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평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미래에는 후회했던 것들을 하겠다는 의미. 또한 '폴.폴.폴'이라고 외치며 '남성은 파워풀, 여성은 뷰티풀, 이 자리는 원더풀'이란 의미를 더할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는 의미의 '사. 우. 나.'/ '지금부터 화합하자'면서 '지. 화. 자'/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는 ‘재건축’/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오징어’를 외치며 모임의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있다.
◆ 3단계 <고급자> 스토리가 있는 건배사
고급자 단계로 칭해지는 3단계 건배사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건배사다. 단순히 구호 외치듯 하는 건배사가 아닌 들려주고 싶은 시나 책의 한 구절을 통해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
나태주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어 건배사로 “너도 그렇다”라고 외치거나 “우리도 그렇다”로 외치며 의미를 살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절한 건배사를 외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깊이 각인될 수도 있다.
◆ 4단계 <고수> 내가 아닌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건배사
마지막 단계는 건배사를 통해 평소 고마웠던 마음도 덤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배사다. 건배사를 통해 상대방의 장점과 고마웠던 점들을 돌려 언급해 센스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가장 멋진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 글자로는 “너!”(서로 고마웠던 사람 지목)
두 글자로는 “또 너!”
세 글자로는 “그건 너” “다시 너” “바로 너”
“다시봐도 너!”
라고 외치며 여러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이 외 ‘유머 건배사’도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함께라면” “여러분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좋다!”
아주 웃기진 않지만 유머를 통해 건배사를 전할 수 있다.
◆ 건배사, 잘하면 약 못하면 독
건배사를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발언은 되도록 삼가야’ 된다는 것. 한때 유행했지만 최근 조심해야하는 건배사들도 있다.
2010년에 있었던 '오바마 건배사 사건' 같은 것이 그렇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오! 바라만 보아도 좋은 마이 프렌드' 등으로 쓰였지만 당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술자리에서 했던 건배사가 '오바마(오빠만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봐)'로 해석되며 큰 논란이 됐다.
'진달래'도 그렇다. 숙명여대의 이경숙 총장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진달래는 본래 '진하고 달콤한 미래를 위하여'로 쓰였으나 누군가에 의해 '진짜 달라면 줄래'라는 부적절한 뜻으로 변질됐다.
'성행위'는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라고 말하지만 단어 그 자체로만 보면 좌중의 불쾌감을 살 수 있는 단어다.
이황근 작가는 “건배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적절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건배사” 라며 “천편일율적인 건배사보다 자신만의 색다른 건배사를 만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