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분석] 적자사업 프로스포츠구단, 3개씩이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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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money(돈 벌게 해달라)". 1996년 개봉한 스포츠 휴머니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풋내기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쿠바 구닝 주니어 분)이 빈 털터리가 된 에이전트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에게 던진 말이다. 한마디로 스포츠에 살고 스포츠에 죽는 나라 미국의 프로스포츠 시장을 대변하는 명대사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구단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불명예가 있다. 바로 '적자사업'이란 오명이다. 1981년 출범해 올해 33살이 된 '맡 형' 프로야구에서조차 예외를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모기업의 지원 없인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형론'부터 모기업과 구단 모두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혁신론'까지 해석도 분분하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種)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the most responsive to change) 종이 생존한다."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말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말인데 최근 스포츠계에 불고 있는 거센 산업화 물결을 가장 잘 표현한 명언이다.
국내 스포츠산업의 규모는 지난 2008년 26조3610억원에서 2012년 38조6910억으로 46.7% 성장했다. 정부는 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해 ▷융·복합형 미래 시장 창출 ▷프로스포츠 관람과 참여 촉진을 통한 잠재수요 확대 ▷선도 기업 육성 ▷산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 4대 추진전략에 5년간 총 274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발전계획을 지난해 내놓았다.
글로벌 성장 추세도 뚜렸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IBIS월드가 파악한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 러닝화시장 규모는 31억달러(약 3조3400억원). 기능성 스포츠화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약 22% 증가했다. 런닝화는 참여스포츠를 대표하는 필수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건강과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된 결과란 평이다.
중국의 가세도 눈에 띤다. 지난달 중국은 2025년까지 스포츠 관련 산업 규모를 5조위안(약 860조4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민 스포츠 진흥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워 스포츠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거기에 최근 타결된 FTA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형태로 국내 시장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와 기업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역시 삼성그룹이다. 올 초 광고회사 제일기획은 그룹(삼성)내 계열사가 소유한 프로스포츠구단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부터 골치거리인 스포츠구단을 ‘버리는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까지 흘러나왔다. 실제로 국내 프로스포츠구단은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면치 못한다. 규모가 가장 큰 프로야구도 그렇다. 4년 연속 '축배'를 마신 삼성라이온즈 조차 지난해 43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구단 재정의 60~80%를 차지하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인데 프로축구단이나 프로농구, 프로배구단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태동한 국내 프로스포츠는 초창기 때부터 모기업의 홍보를 주 임무로 삼았다. 정치적 이유와 맞물려 모기업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재정자립 노력은 물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않았다. 프로스포츠구단도 엄연한 독립적인 기업이다. 냉철한 경영성과로 평가 받아야 하는 때 '안락지대(comfort zone)'를 꿈꾸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인도 그렇지만 기업도 스스로 편안하게 여기는 '안락지대(comfort zone)'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대가 '안전지대(safety zone)'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집중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안전지대가 가만히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제일기획이 적자 재정의 프로스포츠구단을 인수한 진짜 속내는 최근 발표한 그룹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총괄 사장이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겨 스포츠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스포츠에 대한 이해 높은 인물이다.
삼성그룹은 적자인 축구단과 남녀 농구단의 마케팅을 활성화해 해외 선진 프로스포츠구단처럼 키워보자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조사이나 금융사로 정도로는 전문화된 스포츠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결국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20년간 올림픽 마케팅을 펼쳐온 전문가그룹 제일기획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더욱이 그룹 오너일가의 핵심 인물인 김 사장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로 배치했다는 점은 삼성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이 한 층 강화될 것이란 예상에 설득력을 높인다. 그 동안 삼성내 스포츠 관련 마케팅은 개별 프로스포츠구단이 단독으로 수행했지만 내년부터는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총괄할 것이란 변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스포츠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공유가치(Shared Value)가 성립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가치는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 윈윈(win-win)의 가치가 달성돼야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국민 건강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확대 된다는 주장이다.
프로구단은 팬을 대상으로 경기라는 비일관적 상품을 통해 지역중심적이고 공공소비성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 유통, 판매하는 회사다. 프레이가 말한 '공유가치(Shared Value)'의 해답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 가치를 창출해 낼 선순환 에너지를 마케팅적으로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냐에 달렸다.
스포츠가 소비자 수용성이 높은 것은 유행을 타기 쉬워서 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만의 독특한 특성이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마케팅적으로 유용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기업이든 구단이든 시장과 수요자에 대한 페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국내 스포츠산업은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 전환점을 맞고 있다. 축구, 농구 등 3개 프로스포츠구단의 주인 된 광고회사를 보면서 다소 어색해 보이는 이들의 만남이 향후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정체성과 스포츠 마케팅 페러다임 급변을 예고하는 전주곡은 아닐지 관련 기업과 지자체 등이 반드시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뉴스국 문화레저파트장 seeyou@hankyung.com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種)도,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적극적인(the most responsive to change) 종이 생존한다."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말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말인데 최근 스포츠계에 불고 있는 거센 산업화 물결을 가장 잘 표현한 명언이다.
국내 스포츠산업의 규모는 지난 2008년 26조3610억원에서 2012년 38조6910억으로 46.7% 성장했다. 정부는 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해 ▷융·복합형 미래 시장 창출 ▷프로스포츠 관람과 참여 촉진을 통한 잠재수요 확대 ▷선도 기업 육성 ▷산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 4대 추진전략에 5년간 총 274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중장기발전계획을 지난해 내놓았다.
글로벌 성장 추세도 뚜렸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IBIS월드가 파악한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 러닝화시장 규모는 31억달러(약 3조3400억원). 기능성 스포츠화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약 22% 증가했다. 런닝화는 참여스포츠를 대표하는 필수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건강과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된 결과란 평이다.
중국의 가세도 눈에 띤다. 지난달 중국은 2025년까지 스포츠 관련 산업 규모를 5조위안(약 860조4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민 스포츠 진흥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워 스포츠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거기에 최근 타결된 FTA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형태로 국내 시장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와 기업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역시 삼성그룹이다. 올 초 광고회사 제일기획은 그룹(삼성)내 계열사가 소유한 프로스포츠구단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부터 골치거리인 스포츠구단을 ‘버리는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까지 흘러나왔다. 실제로 국내 프로스포츠구단은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면치 못한다. 규모가 가장 큰 프로야구도 그렇다. 4년 연속 '축배'를 마신 삼성라이온즈 조차 지난해 43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124억원을 기록했다. 구단 재정의 60~80%를 차지하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인데 프로축구단이나 프로농구, 프로배구단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태동한 국내 프로스포츠는 초창기 때부터 모기업의 홍보를 주 임무로 삼았다. 정치적 이유와 맞물려 모기업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재정자립 노력은 물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펼치지 않았다. 프로스포츠구단도 엄연한 독립적인 기업이다. 냉철한 경영성과로 평가 받아야 하는 때 '안락지대(comfort zone)'를 꿈꾸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개인도 그렇지만 기업도 스스로 편안하게 여기는 '안락지대(comfort zone)'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대가 '안전지대(safety zone)'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집중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안전지대가 가만히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제일기획이 적자 재정의 프로스포츠구단을 인수한 진짜 속내는 최근 발표한 그룹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총괄 사장이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겨 스포츠사업 총괄을 맡게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과 스포츠에 대한 이해 높은 인물이다.
삼성그룹은 적자인 축구단과 남녀 농구단의 마케팅을 활성화해 해외 선진 프로스포츠구단처럼 키워보자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제조사이나 금융사로 정도로는 전문화된 스포츠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결국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20년간 올림픽 마케팅을 펼쳐온 전문가그룹 제일기획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더욱이 그룹 오너일가의 핵심 인물인 김 사장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로 배치했다는 점은 삼성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이 한 층 강화될 것이란 예상에 설득력을 높인다. 그 동안 삼성내 스포츠 관련 마케팅은 개별 프로스포츠구단이 단독으로 수행했지만 내년부터는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총괄할 것이란 변화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스포츠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공유가치(Shared Value)가 성립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가치는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 윈윈(win-win)의 가치가 달성돼야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국민 건강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확대 된다는 주장이다.
프로구단은 팬을 대상으로 경기라는 비일관적 상품을 통해 지역중심적이고 공공소비성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제작, 유통, 판매하는 회사다. 프레이가 말한 '공유가치(Shared Value)'의 해답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 가치를 창출해 낼 선순환 에너지를 마케팅적으로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냐에 달렸다.
스포츠가 소비자 수용성이 높은 것은 유행을 타기 쉬워서 만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만의 독특한 특성이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마케팅적으로 유용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기업이든 구단이든 시장과 수요자에 대한 페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국내 스포츠산업은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 전환점을 맞고 있다. 축구, 농구 등 3개 프로스포츠구단의 주인 된 광고회사를 보면서 다소 어색해 보이는 이들의 만남이 향후 국내 프로스포츠구단 정체성과 스포츠 마케팅 페러다임 급변을 예고하는 전주곡은 아닐지 관련 기업과 지자체 등이 반드시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뉴스국 문화레저파트장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