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커(遊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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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中
한국, 열세 직시하고 전력 다해야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한국, 열세 직시하고 전력 다해야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지난 주말,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김장나누기 봉사활동을 마치고 오후로 예정된 행사까지 잠시 여유가 있어 명동 거리로 나섰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주위에는 수수한 옷차림에 한 음계 높은 목소리로 시끌벅적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 이들이 바로 말로만 듣던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유커란 본래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지만 우리는 ‘중국인 관광객’을 특정해서 부르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유커는 매년 급증 추세라 올해만 600만명, 향후 5년 내 연간 1000만여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단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신흥 경제국으로 주목받던 중국이 어느새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경제 대국이 됐다. 조만간 미국을 앞질러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의 경제 패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추측도 나름 정설이 돼 버렸다.
사실 중국 경제가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1위로 부활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내우외환으로 급격히 쇠락한 청나라 말기부터 이후 200여년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계속 제1의 경제 대국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륙별 총생산량을 추정한 자료를 보면 1500년에 중국은 618억달러로 서유럽의 441억달러를 이미 능가했고, 1820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2286억달러로 세계 선두를 지켰다. 1492년 신대륙 발견 이후 서구 열강이 그곳에서 채굴한 금, 은의 최종 기착지가 바로 세계 최고의 비단, 차, 도자기 생산국인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 상인들 창고에는 은이 가득 쌓였는데 여기서 은행(銀行)이라는 말도 유래했다고 한다. 오늘날 기축통화인 달러가 중국에 쌓이는 것을 보면 예전의 흐름과 유사하다.
이런 역사 때문일까. 중국인들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한 번도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있는데 다름 아닌 한국이란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12년 세계 시장 1위 수출 품목만 봐도 중국은 1485개지만, 우리는 64개에 불과하다. 은행업에서도 2013년 말 기준 영국 더뱅커지(誌)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은행에 중국은 15개나 올라 있지만 한국은 5개뿐이다. 지금은 근거 없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유커란 본래 관광객을 통칭하는 중국어지만 우리는 ‘중국인 관광객’을 특정해서 부르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유커는 매년 급증 추세라 올해만 600만명, 향후 5년 내 연간 1000만여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단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신흥 경제국으로 주목받던 중국이 어느새 미국과 양대 축을 이루는 경제 대국이 됐다. 조만간 미국을 앞질러 사상 처음으로 세계 1위의 경제 패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추측도 나름 정설이 돼 버렸다.
사실 중국 경제가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1위로 부활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내우외환으로 급격히 쇠락한 청나라 말기부터 이후 200여년을 제외하고는 중국이 계속 제1의 경제 대국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륙별 총생산량을 추정한 자료를 보면 1500년에 중국은 618억달러로 서유럽의 441억달러를 이미 능가했고, 1820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2286억달러로 세계 선두를 지켰다. 1492년 신대륙 발견 이후 서구 열강이 그곳에서 채굴한 금, 은의 최종 기착지가 바로 세계 최고의 비단, 차, 도자기 생산국인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 상인들 창고에는 은이 가득 쌓였는데 여기서 은행(銀行)이라는 말도 유래했다고 한다. 오늘날 기축통화인 달러가 중국에 쌓이는 것을 보면 예전의 흐름과 유사하다.
이런 역사 때문일까. 중국인들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한 번도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있는데 다름 아닌 한국이란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12년 세계 시장 1위 수출 품목만 봐도 중국은 1485개지만, 우리는 64개에 불과하다. 은행업에서도 2013년 말 기준 영국 더뱅커지(誌)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은행에 중국은 15개나 올라 있지만 한국은 5개뿐이다. 지금은 근거 없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