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 부츠', 화끈한 섹시 댄스에 감동 음악…스토리의 힘 더해져 객석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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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피아노의 ‘하이 솔’ 음 하나만 길게 흐른다. 정직한 4박자 리듬을 타는 ‘솔’ 음의 안내를 받아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복서로 키우려는 아버지, 빨간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는 걸 좋아하는 아들. “난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이 아니었다”고, “난 못난 아들”이라고 롤라는 노래한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구두회사 사장 찰리가 끼어든다. “나도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이 아닌 못난 아들”이라고. 둘은 손을 맞잡고 “부츠를 만들어 보자”고 외친다. 팝 발라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선율과 리듬에 두 남자의 드라마가 포근하게 담긴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최근 막이 오른 뮤지컬 ‘킹키 부츠’ 한국어 공연의 1막 후반부에 나오는 ‘난 못난 아들(원제 Not my father’s son)’ 장면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1980년대를 풍미한 팝 가수 신디 로퍼다. 뮤지컬 역사상 길이 남을 만한 음악을 창조해 냈다.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로퍼는 마치 무대에서 “난 신디 로퍼야, 아직 살아 있어,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파산 직전에 몰린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용 ‘킹키 부츠’를 만들어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가 멋진 음악과 흥겨운 춤으로 펼쳐진다. 이성애자이면서도 동성애자 권리보호 운동에 앞장섰고, 드래그 퀸들과 여러 번 합동 무대를 꾸몄던 로퍼답다. 드라마를 깊이 이해하고 극 장면 장면에 딱 맞으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과 노래를 만들어냈다. 배우 정선아가 ‘국내 최고의 뮤지컬 디바’란 명성에 걸맞은 가창과 연기를 보여주는 ‘연애의 흑역사’ 장면에선 장난기 많고 자유분방한 로퍼의 젊은 시절 모습이 겹쳐졌다.
한국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드래그 퀸들의 역동적인 섹시 댄스는 ‘세계 정상급’이다. 다만 극을 주도하는 두 남자의 가창이 아쉽다. 곡을 장악하지 못하고 노래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준다. ‘드라마가 있는 노래’에 담긴 감동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 두 남자를 번갈아 연기하는 출연진 중 무대 경험이 적은 배우들은 발음과 발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이 작품의 음악적 감동보다는 화려한 ‘쇼 뮤지컬’적인 요소만 두드러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공연은 내년 2월22일까지, 5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구두회사 사장 찰리가 끼어든다. “나도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이 아닌 못난 아들”이라고. 둘은 손을 맞잡고 “부츠를 만들어 보자”고 외친다. 팝 발라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선율과 리듬에 두 남자의 드라마가 포근하게 담긴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최근 막이 오른 뮤지컬 ‘킹키 부츠’ 한국어 공연의 1막 후반부에 나오는 ‘난 못난 아들(원제 Not my father’s son)’ 장면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1980년대를 풍미한 팝 가수 신디 로퍼다. 뮤지컬 역사상 길이 남을 만한 음악을 창조해 냈다.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로퍼는 마치 무대에서 “난 신디 로퍼야, 아직 살아 있어,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파산 직전에 몰린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 남자용 ‘킹키 부츠’를 만들어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가 멋진 음악과 흥겨운 춤으로 펼쳐진다. 이성애자이면서도 동성애자 권리보호 운동에 앞장섰고, 드래그 퀸들과 여러 번 합동 무대를 꾸몄던 로퍼답다. 드라마를 깊이 이해하고 극 장면 장면에 딱 맞으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악과 노래를 만들어냈다. 배우 정선아가 ‘국내 최고의 뮤지컬 디바’란 명성에 걸맞은 가창과 연기를 보여주는 ‘연애의 흑역사’ 장면에선 장난기 많고 자유분방한 로퍼의 젊은 시절 모습이 겹쳐졌다.
한국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드래그 퀸들의 역동적인 섹시 댄스는 ‘세계 정상급’이다. 다만 극을 주도하는 두 남자의 가창이 아쉽다. 곡을 장악하지 못하고 노래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준다. ‘드라마가 있는 노래’에 담긴 감동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다. 두 남자를 번갈아 연기하는 출연진 중 무대 경험이 적은 배우들은 발음과 발성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이 작품의 음악적 감동보다는 화려한 ‘쇼 뮤지컬’적인 요소만 두드러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공연은 내년 2월22일까지, 5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