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에 눈구름이 잔뜩 끼었다. 국제유가 6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영향으로 1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이 붕괴됐다. 일본 자민당의 중의원선거 압승으로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충격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리스 정국 불안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대 惡材에 흔들린 증시…"산타랠리 실종"
○유가 하락에 코스피 ‘흔들’

코스피지수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전 거래일 대비 1.15% 하락한 1899.61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들이 한 시간여 만에 1000억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306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나흘째 ‘팔자’ 우위를 이어갔다. 국제유가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0달러 선 아래로 밀리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이 밀리는 상황이라 국내 증시도 당분간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관의 저가 매수 덕에 낙폭을 만회한 코스피지수는 1.35포인트(0.07%) 하락한 1920.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급락했던 정유 화학 조선 등 유가 하락 피해주들이 오후 들어 대거 반등했다. 4만3500원(-1.47%)까지 떨어졌던 에쓰오일은 2700원(6.12%) 급등한 4만6850원에 마감됐다. SK이노베이션(4.31%) LG화학(3.26%) 현대미포조선(2.29%) 등도 강세를 보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이사는 “유가가 5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지만, 사실상 임계치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판단이 관련주들의 주가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주가가 반등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유가 하락으로 이들 소재·산업재 관련주의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어서다. 정유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9월 말 1조7345억원에서 1조1706억원으로 3개월여 만에 32% 하향 조정됐다. 조선(-22.6%) 화학(-9.5%) 등도 이익 추정치가 크게 줄었다.

○엔저 피해 확산 우려도

지난 주말 치러진 일본 중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함에 따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증시에도 엔화 약세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정미경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기업들이 추가적인 가격인하 정책을 펼친다면 지난 2년간 간신히 버텨온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가 전방위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화 약세 여파가 기존 자동차 철강에서 정보기술(IT)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 여타 업종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는 상대적으로 엔저 영향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파나소닉 등 일본 백색가전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으로 몰렸던 중국 유커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파라다이스 등 레저 관련 업체의 충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바닥 여부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이다. 오 팀장은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나고 중국이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으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허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