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움츠렸던 유통주가 모처럼 어깨를 폈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에 대한 위법 판결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올해 부진했던 유통주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휴일에도 영업 기대
이마트는 15일 5.75% 상승한 23만원에 장을 마쳤다. 각종 규제 여파에 소비 심리 부진으로 올해 27만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지난달 연중 최저가(19만750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시작된 회복세에 대형마트 영업 제한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힘을 실었다.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마트와 롯데쇼핑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 6개가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전통시장의 보호효과도 뚜렷하지 않고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GS슈퍼를 갖고 있는 GS리테일 주가도 이날 2.14% 올랐다. 최근 3년간 대형마트 실적은 계속 악화돼 왔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내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항 신설과 지난해 의무휴업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 시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영업규제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공휴일이 아닌 날로 의무휴업일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영업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 넓고 지자체별로 비슷한 소송이 진행돼 즉각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위법 판결로 영업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무르익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문제
연말 성수기를 맞아 현대백화점(0.41%), 신세계(0.79%) 주가도 덩달아 소폭 상승했다. 다만 유통업종 대장주인 롯데쇼핑은 0.71% 하락한 28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외 점포의 부진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문 부진으로 올 3분기 해외 백화점과 할인점 손실이 확대됐다”며 “4분기 백화점 실적 개선에도 중국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은 유통업계의 대목이지만 여전히 차가운 소비심리가 유통주 추가 상승에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이었다. 2개월 연속 하락세에 14개월 만의 최저치 기록이기도 하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12월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소폭 회복되겠지만 전반적인 소비경기침체로 매출 역신장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에도 소비경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4분기 대부분 유통업체 실적이 추정치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 회복세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태별로 변하는 환경에 맞춰 얼마나 수익성을 끌어올리느냐가 주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아울렛, 복합쇼핑몰 출점, 대형마트는 온라인, 모바일 채널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