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왼쪽), 박인비
김효주(왼쪽), 박인비
지난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5시즌 개막전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 올해 미 LPGA투어 챔피언인 허미정(24·하나금융그룹)과 이미향(22·볼빅)이 출전했다. 허미정은 이 대회에서 공동 20위, 이미향은 공동 24위를 기록했다.

미 LPGA투어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KLPGA투어 최고의 선수인 김효주(19·롯데)와 백규정(19·CJ오쇼핑)이 내년 미국으로 건너가듯 미 투어는 KLPGA투어보다 앞서 발달한 ‘메이저투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 무대에서 우승까지 한 톱랭커들이 국내에서 거둔 성적을 보면 ‘해외파’와 ‘국내파’의 실력 차이에 의문이 든다. 한 수 위로 평가받던 해외파들이 국내 투어에서 맥을 못춘 반면 ‘토종 선수’들은 미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친 탓이다.

◆국내파, 한 시즌 첫 LPGA 2승

올해 국내파가 미 투어에서 거둔 성적과 해외파가 KLPGA투어에서 거둔 성적을 비교해보자. 김효주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백전노장’ 캐리 웹(호주)을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웹은 전성기 시절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37·하나금융그룹)와 ‘빅3’를 형성했던 베테랑이다. 올해에도 호주여자오픈과 파운더스컵에서 2승을 올리는 등 녹록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런 웹을 김효주가 꺾었다. KLPGA투어 출신의 장하나(22)도 이 대회에서 공동 3위를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백규정은 국내에서 열리는 미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국내파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6년 이후 8년 만이다. 전인지(20·하이트진로)는 여기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 출전한 12명의 KLPGA투어 선수 가운데 최하위가 공동 42위일 정도로 미 LPGA투어 선수들을 능가했다.

한 시즌에 2명의 KLGPA투어 선수가 미 투어 우승컵을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KLPGA투어 선수들의 강세가 돋보인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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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는 KLPGA투어서 무승

해외파들은 KLPGA투어에만 오면 힘을 못 썼다. 올 시즌 미국에서 3승을 올린 ‘골프 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도 KB금융챔피언십에서 2위, 삼다수마스터스에서 공동 4위에 그치며 우승에 실패했다. 세계랭킹 7위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도 스윙잉스커츠월드레이디스에서 2위에 그쳤다.

신지애(26)는 넵스마스터피스에서 24위, 스윙잉스커츠에서 21위를 기록했다. 최나연(27·SK텔레콤)은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8위에 올랐으나 한화금융클래식 21위, 스윙잉스커츠 13위에 머물렀다. ‘맏언니’ 박세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 나왔던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은 커트 탈락의 수모를 당했고 미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28위에 그쳤다.

◆코스 적응이 덜된 탓?

해외파들이 국내 대회에서 부진한 것은 국내 골프장 코스에 익숙하지 않아서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현대차중국여자오픈이 열린 곳은 해외파와 토종파 모두에게 새로운 코스였다.

오히려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 코스를 본떠 20㎝가 넘는 러프를 조성한 한화금융클래식의 경우 국내 선수들은 처음 접해볼 정도로 생소한 코스였다.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에 자주 출전한 경험 많은 해외파에게 더 유리했다. 그러나 8명의 해외파 가운데 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공동 9위에 오른 지은희(28·한화)였고 ‘톱20’에 든 선수는 강수연(38·공동 13위)과 오지영(26·공동 17위)뿐이었다. 장정(34)과 한희원(36)은 커트를 넘지 못했다.

해외파들은 국내 대회 그린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미림은 “언니들이 한국 대회에 가면 그린이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며 “국내 그린의 언듈레이션(코스의 높고 낮은 굴곡)이 심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대회에 출전한 KLPGA투어 선수들은 “미 투어 선수들과 실력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KLPGA투어가 미국이나 일본 투어에 비해 아직 상금이나 대회 수 등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력은 이미 이들을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