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사내유보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투자’의 범위가 매우 엄격하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해외투자와 국내 다른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모두 기업소득환류세제상 투자로 인정치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투자도 업무용에 한하되 매입 후, 또는 인허가 후 1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역시 투자로 간주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이대로 시행령 개정이 확정되면 기업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를 통과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법인세와는 별도로 10% 추가 과세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사내유보금 과세에서 가장 핵심적인 ‘어디까지를 투자로 보느냐’를 법도 아닌 시행령에서 정한다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여부를 결정짓는 ‘당기소득의 일정액’ 역시 시행령 사항이다. 시행령은 법률이 아닌 만큼 국무회의 의결로 바로 확정된다. 여론 수렴 절차나 시간이 법률 개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정부가 업계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당초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에 큰 충격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기존 유보금이나 정상적 투자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세에서 제외되는 투자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이처럼 좁게 정해 버리면 해외진출이나 기업 구조조정 위축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도 역행함은 물론이다. 세금폭탄을 맞은 기업들은 더욱 위축되고 고용과 내수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유보금 과세는 처음부터 오해에서 비롯됐다. 80%가량이 토지나 공장, 기계설비에 투자된 사내유보금을 마치 쌓아놓은 현금뭉치처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도입이 확정된 만큼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라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옳다. 그런데 오히려 시행령에서 법에도 없는 엄격한 요건을 달아 기업 부담만 늘리려 하고 있다. 늘 그렇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