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시장 관리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쇼핑객을 모으는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상인들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시장 관리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쇼핑객을 모으는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제주도의 대표 전통시장인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상인 절반인 168명은 2010년 올레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상권을 관리하고 있다. 조합운영비로 관리사무소 직원 5명에게 월급을 주고 시장 관리를 맡겼다. 조합에선 옥돔, 은갈치, 고등어 등 수산물의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매출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느영나영’이라는 자체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임대료 상승 중재나 원산지 단속 등의 활동을 자체적으로 한다”며 “지난해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11%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임대인·상인 상권자치 부상

매일올레시장처럼 스스로 상권을 관리·운영하는 전통시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15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상인들 스스로 조합 또는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인 전통시장은 대구 안지랑곱창시장, 고양 일산 라페스타 쇼핑몰,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시장, 서울 명동 등 전국 10여곳에 달한다. 부산 사상구의 도소매쇼핑몰 르네시떼 상인(2600개 매장)들은 관리비를 거둬 전문경영인이 소속된 운영관리본부에 시장 운영을 맡겼다. 본부는 입점조율, 마케팅 등 상권 활성화 전반을 맡는다. 본부 관계자는 “시장 운영관리와 판매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 방식”이라며 “향후 수익사업도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에 총 3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 매출은 2001년 40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0조7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정부 지원보다 상권을 스스로 관리·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존 전통시장엔 상인들 조직인 상인회가 있지만 계모임 형태로, 상권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은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자율상권구역(상권관리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자율상권구역 법안 마련

정부도 상인들 스스로 상권을 관리·운영하는 (가칭)자율상권구역 도입을 위해 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 제도는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인·입점상인 등이 관리조직을 구성해 협약을 체결하고 자체 부담금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전통시장 자치제도다. 임대인·입점상인 등이 대표자회의(의결기관)를 구성하고 독립성을 갖춘 관리사무소(집행기관)를 통해 상권관리사업을 시행한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구성원 간 임대차계약 및 관리비 징수, 관리구역 지정 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상권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며 “올해 말 법안과 관련된 연구용역이 끝나면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내년 하반기쯤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전국 전통시장 10여곳을 선정해 시범 운영한 뒤 확대할 예정이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