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지여인·인구론 시대에도 5전6기로 취업문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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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출신들의 취업성공기
고속도로 운전중 불합격 통보받고 사고날 뻔도
年 100만원어치 경제·경영서 탐독…은행 신년사 챙겨
고속도로 운전중 불합격 통보받고 사고날 뻔도
年 100만원어치 경제·경영서 탐독…은행 신년사 챙겨
‘지·여·인(지방대·여성·인문계)’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등의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문계 출신의 취업이 특히 어려운 한 해였다.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높디높은 벽 앞에서 오히려 마음을 다잡고 또 도전했다. ‘2전3기’, 심지어 ‘5전6기’로 그렇게 바라던 기업의 문을 활짝 열었다.
3전4기 끝에 롯데백화점에 합격한 윤창욱 씨(30·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2년간 오직 이랜드에만 지원한 5전6기의 여인 박다영 씨(26·이화여대 식품영양학), 2012년부터 NH농협은행을 노려 3년 만에 입성한 임종근 씨(29·동국대 경제학), 2전3기로 LG유플러스에 입사한 김보름 씨(26·서울대 영문학)가 그들이다. 올 하반기 마침내 취업문을 열고 합격통지서를 받은 4인을 만나 그들의 눈물겨운 입사스토리를 들었다.
서류 탈락 후 재도전 전략은 뭐였나.
△김보름=서류 통과를 우습게 봤다. 탈락 후 스터디를 하다 보니 너무 내 얘기만 썼더라. 기업이 원하는 답을 써야 했다. 채용설명회 때 인문학도가 기여할 부분을 묻고 또 물어 자기소개서에 녹였다.
△임종근=한국은행 금요강좌에 꾸준히 참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금융연구소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했다. 최신 경영·경제 서적 탐독도 주효했다.
△윤창욱=백화점산업은 고객 접점에 있다. 수도권 19개점을 돌아다녔다. 롯데백화점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 고객 응대 방법 등을 관찰하며 현장의 중요성을 자기소개서에 강조했다.
△박다영=채용설명회에 끝까지 남아 질문했다. 공식 설명회 때 못 들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자소서에 내가 떨어진 이유와 어떤 노력으로 보완했는지를 썼다.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와 입사포부 쓰기가 어려웠을 텐데.
△임=은행장 신년사와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현재 경제환경을 고려해 은행권 영업환경과 발전 방향, 그리고 나의 역량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박=기업의 사보를 봐도 좋다. 그 기업의 문화, 쓰는 용어, 전략사업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채용설명회에 자주 간 이유도 합격자들 입에서 나오는 그 기업만의 언어를 듣기 위해서였다.
인적성은 어떻게 뚫었나.
△김=다 풀겠다는 욕심보다 풀 수 있는 만큼만 풀자고 생각했다. 인적성 책은 기업당 2권을 풀었다. 추리력이 약해 공직적격성테스트(PSAT) 문제집도 봤다. 상당한 도움이 됐다.
△임=시중의 많은 기업이 채용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지난 8월부터 삼성직무적성시험(SSAT) 2권, NH농협은행 2권, 다른 기업 1권 등 총 5권을 풀면서 일찌감치 준비했다. 금융, 시사상식에 대비하기 위해 테샛문제와 금융3종 요약문제집도 훑어봤다. 논술은 평소 신문과 연구소 메일링 서비스를 토대로 스크랩하면서 구체적인 수치와 전문용어를 인용하는 연습을 했다.
△윤=롯데는 하루 동안 인적성시험과 면접을 보는 ‘원스톱 면접’ 방식이다. 3권의 문제집을 단권화했다.
△박=이랜드 인적성만 네 번 봤다. 세 번 합격, 한 번 탈락. 올 하반기부터 인적성을 대폭 개편했다. 적성은 기존 책으로 준비했다. 3시간짜리 인성시험은 솔직함이 당락을 좌우한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스펙에 매몰돼 있다.
△김=정말 도움이 됐던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경험한 두 번의 인턴십과 정보기술(IT) 및 통신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현업에서 이뤄지는 문제 접근 방법과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프레젠테이션(PT) 면접에 큰 도움이 됐다.
△윤=중국어는 자신 있지만 영어점수는 낮았다. 중국 대학 시절 대외활동·현지 인턴활동에서 ‘서바이벌형 인재’임을 부각시켰다. 자신만의 키워드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양사 면허증은 있다. 1차 면접 때 영어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친구가 합격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서에 책추천 항목이 있어 외식업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다.
△임=문제의식은 자격증, 점수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토익이든 대외활동이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카메룬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인턴으로 근무할 때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날아가 국제신용장전문가(CDCS)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잇단 면접 탈락에 ‘멘붕’ 관리 어떻게 했나.
△김=운동과 영화로 멘붕을 달랬다. 탈락에 몰입하기보다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임=불합격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고 자소서를 작성할 때마다 다시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책을 읽으며 더 큰 꿈을 꾸기도 했다.
△윤=고속도로 운전 중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핸들이 부들부들 떨려 큰일 날 뻔했다. 잠시 휴게소에 차를 세운 뒤 정신을 가다듬은 적도 있었다.
△박=은둔해선 안 된다. 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도 풀고 함께 소리지르면서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고 다짐했다. 도전하다 보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도전 초반의 대량 서류·인적성 합격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3전4기 끝에 롯데백화점에 합격한 윤창욱 씨(30·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2년간 오직 이랜드에만 지원한 5전6기의 여인 박다영 씨(26·이화여대 식품영양학), 2012년부터 NH농협은행을 노려 3년 만에 입성한 임종근 씨(29·동국대 경제학), 2전3기로 LG유플러스에 입사한 김보름 씨(26·서울대 영문학)가 그들이다. 올 하반기 마침내 취업문을 열고 합격통지서를 받은 4인을 만나 그들의 눈물겨운 입사스토리를 들었다.
서류 탈락 후 재도전 전략은 뭐였나.
△김보름=서류 통과를 우습게 봤다. 탈락 후 스터디를 하다 보니 너무 내 얘기만 썼더라. 기업이 원하는 답을 써야 했다. 채용설명회 때 인문학도가 기여할 부분을 묻고 또 물어 자기소개서에 녹였다.
△임종근=한국은행 금요강좌에 꾸준히 참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을 비롯한 각종 금융연구소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했다. 최신 경영·경제 서적 탐독도 주효했다.
△윤창욱=백화점산업은 고객 접점에 있다. 수도권 19개점을 돌아다녔다. 롯데백화점이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 고객 응대 방법 등을 관찰하며 현장의 중요성을 자기소개서에 강조했다.
△박다영=채용설명회에 끝까지 남아 질문했다. 공식 설명회 때 못 들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자소서에 내가 떨어진 이유와 어떤 노력으로 보완했는지를 썼다.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와 입사포부 쓰기가 어려웠을 텐데.
△임=은행장 신년사와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현재 경제환경을 고려해 은행권 영업환경과 발전 방향, 그리고 나의 역량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박=기업의 사보를 봐도 좋다. 그 기업의 문화, 쓰는 용어, 전략사업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채용설명회에 자주 간 이유도 합격자들 입에서 나오는 그 기업만의 언어를 듣기 위해서였다.
인적성은 어떻게 뚫었나.
△김=다 풀겠다는 욕심보다 풀 수 있는 만큼만 풀자고 생각했다. 인적성 책은 기업당 2권을 풀었다. 추리력이 약해 공직적격성테스트(PSAT) 문제집도 봤다. 상당한 도움이 됐다.
△임=시중의 많은 기업이 채용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지난 8월부터 삼성직무적성시험(SSAT) 2권, NH농협은행 2권, 다른 기업 1권 등 총 5권을 풀면서 일찌감치 준비했다. 금융, 시사상식에 대비하기 위해 테샛문제와 금융3종 요약문제집도 훑어봤다. 논술은 평소 신문과 연구소 메일링 서비스를 토대로 스크랩하면서 구체적인 수치와 전문용어를 인용하는 연습을 했다.
△윤=롯데는 하루 동안 인적성시험과 면접을 보는 ‘원스톱 면접’ 방식이다. 3권의 문제집을 단권화했다.
△박=이랜드 인적성만 네 번 봤다. 세 번 합격, 한 번 탈락. 올 하반기부터 인적성을 대폭 개편했다. 적성은 기존 책으로 준비했다. 3시간짜리 인성시험은 솔직함이 당락을 좌우한다.
많은 취업준비생이 스펙에 매몰돼 있다.
△김=정말 도움이 됐던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경험한 두 번의 인턴십과 정보기술(IT) 및 통신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현업에서 이뤄지는 문제 접근 방법과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프레젠테이션(PT) 면접에 큰 도움이 됐다.
△윤=중국어는 자신 있지만 영어점수는 낮았다. 중국 대학 시절 대외활동·현지 인턴활동에서 ‘서바이벌형 인재’임을 부각시켰다. 자신만의 키워드로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양사 면허증은 있다. 1차 면접 때 영어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친구가 합격하기도 했다. 자기소개서에 책추천 항목이 있어 외식업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다.
△임=문제의식은 자격증, 점수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토익이든 대외활동이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카메룬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인턴으로 근무할 때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날아가 국제신용장전문가(CDCS)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잇단 면접 탈락에 ‘멘붕’ 관리 어떻게 했나.
△김=운동과 영화로 멘붕을 달랬다. 탈락에 몰입하기보다 잠시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임=불합격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고 자소서를 작성할 때마다 다시 보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책을 읽으며 더 큰 꿈을 꾸기도 했다.
△윤=고속도로 운전 중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핸들이 부들부들 떨려 큰일 날 뻔했다. 잠시 휴게소에 차를 세운 뒤 정신을 가다듬은 적도 있었다.
△박=은둔해선 안 된다. 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도 풀고 함께 소리지르면서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고 다짐했다. 도전하다 보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도전 초반의 대량 서류·인적성 합격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