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밤중에라도 나를 깨워라…우리 조직이 변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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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관련 임원 회의서 심경 토로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 있었다" 自省
"이번 사태가 회사 위기로 연결돼선 안돼"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 있었다" 自省
"이번 사태가 회사 위기로 연결돼선 안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관련,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나를 깨우라”고 주요 임원들에게 말했다. 또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사건으로 권위적·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4일 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신무철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전무 등과 함께 땅콩 회항을 둘러싼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는 24시간 일하는 사람이다. 급한 일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날 깨워서 보고하라”고 참석 임원들에게 얘기했다.
지난 5일 항공기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 언론에 이 사실이 공개되고 대한항공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해명을 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데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앞으로 이번 사건처럼 3세 자녀들과 관련된 일도 자신에게 보고해 빠르게 대처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 초기에는 1등석 기내 서비스를 둘러싼 조 전 부사장과 승무원 간 갈등 정도로 파악하고 따로 조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해외에 머물다 9일 오후에 귀국했다. 조 회장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또 “좋은 일은 천천히 처리해도 되지만 나쁜 일은 타이밍이 늦지 않게 빨리 솔루션을 찾는 게 제일”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변해야 할 때”라며 “이번에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으며, 선제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에둘러 비쳤다. 조 회장은 “조직 내 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대한항공이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같이 고민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는 “오너 일가의 변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룹 내 조직문화를 효율적, 선진적 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는 조직 내부도 추슬렀다. 대한항공은 8일 조 전 부사장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겨울철 성수기(12월22일~1월4일) 예약률도 70%대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80% 후반대)보다 떨어지고 있다. 직원들도 사건 직후 허탈감을 표시하는 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이번 사태가 회사 위기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객기 121대를 포함해 총 147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연간 2350만명을 수송하는 국적항공사다. 직원 수만 2만명에 달한다. 국내외 스카이패스 가입자만 2200만명에 달한다.
한편 미국 뉴욕의 한인방송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5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뉴욕 공항 발권데스크에서 대한항공 직원들과 말싸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차량 정체로 뉴욕 공항에 늦게 도착해 탑승권을 받은 직후 곧바로 탑승구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15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4일 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신무철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전무 등과 함께 땅콩 회항을 둘러싼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사건과 관련해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나는 24시간 일하는 사람이다. 급한 일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날 깨워서 보고하라”고 참석 임원들에게 얘기했다.
지난 5일 항공기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 언론에 이 사실이 공개되고 대한항공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해명을 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데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앞으로 이번 사건처럼 3세 자녀들과 관련된 일도 자신에게 보고해 빠르게 대처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 초기에는 1등석 기내 서비스를 둘러싼 조 전 부사장과 승무원 간 갈등 정도로 파악하고 따로 조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해외에 머물다 9일 오후에 귀국했다. 조 회장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또 “좋은 일은 천천히 처리해도 되지만 나쁜 일은 타이밍이 늦지 않게 빨리 솔루션을 찾는 게 제일”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가 변해야 할 때”라며 “이번에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으며, 선제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에둘러 비쳤다. 조 회장은 “조직 내 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대한항공이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같이 고민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는 “오너 일가의 변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룹 내 조직문화를 효율적, 선진적 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는 조직 내부도 추슬렀다. 대한항공은 8일 조 전 부사장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겨울철 성수기(12월22일~1월4일) 예약률도 70%대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80% 후반대)보다 떨어지고 있다. 직원들도 사건 직후 허탈감을 표시하는 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이번 사태가 회사 위기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객기 121대를 포함해 총 147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연간 2350만명을 수송하는 국적항공사다. 직원 수만 2만명에 달한다. 국내외 스카이패스 가입자만 2200만명에 달한다.
한편 미국 뉴욕의 한인방송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5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뉴욕 공항 발권데스크에서 대한항공 직원들과 말싸움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차량 정체로 뉴욕 공항에 늦게 도착해 탑승권을 받은 직후 곧바로 탑승구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