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종어보
덕종어보
미국 시애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덕종어보(德宗御寶)가 내년 3월 한국으로 돌아온다. 외교문서나 행정에 사용했던 국새(國璽)와 달리 어보는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서 휘호 등을 올릴 때 쓴 도장이다.

문화재청은 시애틀미술관과 협의해 덕종어보를 돌려받기로 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덕종은 세조의 장남으로 1455년 세자로 책봉되며 의경세자(懿敬世子)로 불렸으나 병약해 20세에 세상을 떠났다. 덕종어보는 성종이 재위 2년(1471년)에 아버지인 덕종(1438~1457년)을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으로 추존하면서 만든 것이다.

덕종어보는 위엄 있고 단정한 거북 모양 도장 손잡이인 거북뉴(龜紐)가 도장을 찍는 면인 인판 위에 안정감 있게 자리 잡았다. 거북은 눈과 코, 입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임소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조선 전기는 조각이 발달했는데 당시의 우수한 기법이 어보에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묘 영녕전 책보록’을 보면 이 어보는 1924년까지 종묘에 보관됐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다. 1992년부터 해외 박물관에 있는 국내 유물 현황을 조사·연구하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5월 덕종어보가 시애틀미술관 소장품이란 것을 확인했다. 덕종어보는 문화재 애호가였던 고(故) 토머스 D 스팀슨이 1962년 뉴욕에서 구매해 이듬해 2월1일 시애틀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어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외에 반출될 수 없는 유물이란 점을 들어 지난 7월부터 시애틀미술관 측에 반환을 요청했다. 이에 시애틀미술관도 화답해 기증자 유족인 외손자 프랭크 S 볼리의 동의를 얻은 뒤 지난달 12일 미술관 이사회 승인을 얻어 반환을 결정했다. 외국 소장기관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우호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