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에 더 많은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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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도움 없이 예술진흥 힘들어
'예술애호가' 많아야 문화선진국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
'예술애호가' 많아야 문화선진국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
‘발레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됐는지 아세요?’ 물으면 열에 아홉은 ‘러시아’ 라고 답할 것 같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3대 고전발레가 모두 러시아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발레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됐고, 16세기 이후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크게 발전했다.
이탈리아 명문가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발레가 프랑스 왕족과 귀족에게 전파됐다. 막대한 부를 쌓은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의 모든 예술가를 도우며 전반적인 예술문화 진흥에 힘썼다. 직접 공연에 출연할 만큼 발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절대왕정’의 상징 루이 14세는 1661년 왕실음악무용아카데미를 설립해 체계적인 발레 교육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프랑스의 유명 안무가 등을 불러 무대예술로 발전시켰다. 개인 예술 애호가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역할도 컸다. 그는 발레단 ‘발레뤼스’를 만들고 당대의 무용가, 작곡가, 디자이너를 동원해 공연예술작품을 만들었다. 발레뤼스를 통해 배출된 많은 예술가가 그의 혼과 열정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처럼, 과거 예술은 국가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업이 예술 애호가 집단으로 부상했다. 포드자동차는 1963년 당시 뉴욕시티발레단 창시자 조지 발란신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조건 없이 100만달러를 후원했다. 포드의 후원으로 이 발레단은 미국을 대표하는 창작발레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연말이면 많은 예술단체가 후원회를 연다. 후원회 행사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난다.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받는 단체들도 더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적극적이다. 기업은 물론 개인 후원자들까지 행사장을 가득 메우는 모습은 민간예술단체에 부러움을 넘어 슬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민간예술단체는 후원회를 만들거나 후원회장을 모시는 일부터 쉽지 않다. 국고 지원을 받는 단체와 달리 불안정한 운영구조 때문에 ‘후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술을 사랑하고 발전을 돕는 개인 예술 애호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화선진국은 예술가보다 예술 애호가가 많은 나라다. 공연을 진정으로 즐기는 개인 예술 애호가가 더 늘어나고, 기업마다 선호하는 단체를 후원하며, 각 단체는 독창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해나갔으면 좋겠다.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
이탈리아 명문가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발레가 프랑스 왕족과 귀족에게 전파됐다. 막대한 부를 쌓은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의 거의 모든 예술가를 도우며 전반적인 예술문화 진흥에 힘썼다. 직접 공연에 출연할 만큼 발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절대왕정’의 상징 루이 14세는 1661년 왕실음악무용아카데미를 설립해 체계적인 발레 교육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프랑스의 유명 안무가 등을 불러 무대예술로 발전시켰다. 개인 예술 애호가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역할도 컸다. 그는 발레단 ‘발레뤼스’를 만들고 당대의 무용가, 작곡가, 디자이너를 동원해 공연예술작품을 만들었다. 발레뤼스를 통해 배출된 많은 예술가가 그의 혼과 열정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처럼, 과거 예술은 국가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업이 예술 애호가 집단으로 부상했다. 포드자동차는 1963년 당시 뉴욕시티발레단 창시자 조지 발란신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조건 없이 100만달러를 후원했다. 포드의 후원으로 이 발레단은 미국을 대표하는 창작발레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연말이면 많은 예술단체가 후원회를 연다. 후원회 행사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나타난다. 운영비를 국가에서 지원받는 단체들도 더 많은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적극적이다. 기업은 물론 개인 후원자들까지 행사장을 가득 메우는 모습은 민간예술단체에 부러움을 넘어 슬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민간예술단체는 후원회를 만들거나 후원회장을 모시는 일부터 쉽지 않다. 국고 지원을 받는 단체와 달리 불안정한 운영구조 때문에 ‘후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술을 사랑하고 발전을 돕는 개인 예술 애호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문화선진국은 예술가보다 예술 애호가가 많은 나라다. 공연을 진정으로 즐기는 개인 예술 애호가가 더 늘어나고, 기업마다 선호하는 단체를 후원하며, 각 단체는 독창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해나갔으면 좋겠다.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