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농산물 구원투수된 유통업체
경남 밀양시에 있는 한 과일 포장 작업장은 요즘 모처럼 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가격이 전년 대비 30~40% 폭락해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고 내다 버리기까지 했던 단감을 매일 5t씩 수출용으로 포장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회사인 현대그린푸드가 해외 구매처를 발굴해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결과다.

아영진 현대그린푸드 과장은 “11~12월에 수입 과일을 많이 소비하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총 250t의 단감을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채소·과일류가 적지 않다. 지난 10월부터 수확이 시작된 단감의 10~12월 ㎏당 평균 도매가격은 1709원으로, 지난해 2651원에 비해 35.5% 떨어졌다. 양파는 ㎏당 연간 평균 도매가격이 1307원에서 592원으로 54.7%, 배추는 902원에서 484원으로 46.3%나 하락했다.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출이 해결 방안으로 떠올랐다. 기존에 수출처를 가지고 있는 농가들이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농산물 수출을 전혀 하지 않던 유통업체들이 중소규모 농가의 수출을 돕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2260t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대만에 양파 810t을, 일본에 배추 400t과 양배추 600t을 팔았다. 이 회사는 규모가 작아 자력으로는 수출하기 어려운 농가를 찾아 수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매입한 뒤 수출전문업체에 넘기면 이들이 해외 슈퍼마켓과 전통시장에 공급하는 식이다.

현대그린푸드가 농산물 수출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소규모 농가를 운영하는 농민들의 수출 관련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아 과장은 “올해 충남 서산, 강원 정선, 경남 창원 등 주요 산지를 방문하기 위해 약 5만㎞를 달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해외지점을 통해 한국산 양파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양파 10t을 구입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7개 점포에서 팔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산 양파는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품질을 인정받아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채소류 수출량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채소류 수출량은 9만3120t으로, 작년 연간 수출량(6만967t)을 이미 50% 이상 웃돌았다.

현대그린푸드와 롯데마트는 겨울채소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들은 오는 19일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지역 농산물 중 수출 가능 품목을 점검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농산물은 다른 지역의 수확이 끝나는 겨울철에 집중 출하돼 높은 가격에 판매됐지만, 올해는 농산물 재고가 쌓여 있어 가격 폭락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마트도 농산물 수출 품목을 양파에서 다른 과일과 채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