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산하 연구원들과 연구과제를 위탁받은 대학 연구진 등이 국가예산으로 받은 연구개발비를 횡령하거나 부당하게 쓴 사례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16일 한국수력원자력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공공기관 연구개발(R&D) 투자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담당 기관에 관련자 7명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 연구과제를 수행한 A교수는 가짜 연구원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2억8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 교수는 18명의 허위 연구원을 등록하고,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자신이 만든 차명계좌로 입금하도록 했다. A교수는 횡령한 돈을 취미생활 등에 유용했는데, 고급 오디오 장비를 구매하는 데 7200만원을 쓰기도 했다.

한수원 소속 연구원 직원인 B과장은 유흥주점에서 89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기술개발 관련 연구 회의 비용으로 쓴 것처럼 서류를 제출했다. 이 직원은 이 유흥주점에서 양주와 맥주, 안주 등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B과장을 포함해 한수원과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 소속 임직원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쓴 비용은 모두 1억1905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