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최장 31일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대한항공에 초강경 카드를 빼 들었다.

국토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건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대한항공에 운항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항공사고가 아닌 오너 일가의 기내 소동에 대해 정부가 운항정지를 거론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토부가 항공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사안은 항공종사자에게 거짓 진술하도록 회유한 점, 승객의 협조의무 위반,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의 허위 진술 등이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운항정지 21일 또는 과징금 14억4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항정지 일수와 과징금은 최대 50% 범위에서 가중(최장 31일) 또는 감경할 수 있다.

운항정지는 원칙적으로 해당 항공사의 모든 비행기나 해당 노선, 특정 항공기에 처분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해당 노선에 대해 이뤄진다. 조만간 열릴 행정처분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인천~뉴욕 노선이 최장 1개월간 운항정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운항정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행동이 소비자 피해로 직접 연결되는 데 따른 적절성 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토부는 승객과 승무원 진술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고성·폭언 사실이 확인된 만큼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자체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그동안의 조사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 적용에 대해서는 검찰의 법리적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이광희 국토부 운항안전과장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는 별개로 행정처분을 위한 자체 조사는 계속할 것”이라며 “동시에 민관 합동으로 특별안전진단팀을 꾸려 대한항공의 안전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초강수에 대한항공은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을 검찰 고발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어떤 근거로 운항정지를 거론하는지 황당하다”며 “오너 일가가 저지른 일이면 안전시스템을 점검할 게 아니라 인사관리 부문을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17일 오후 2시 조 전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고발인 및 참고인 조사에서 회사 차원에서 사무장과 승무원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 밝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증거인멸은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백승현/이미아/김태호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