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하려면 근로자 월급 올려 소비 진작시켜야"…임금상승 학수고대하는 옐런·구로다·카니
“샐러리맨의 월급봉투가 두툼해지면 미국 일본 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활짝 웃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등이 일제히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임금 상승이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한다는 것이다. 저물가 또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침체) 상황에서 임금 상승은 곧바로 실질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 독일 등도 임금 인상을 통한 경기진작 해법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일본, 임금 인상으로 디플레 극복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6일 노사정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임금 인상 흐름을 2015년, 2016년에도 지속해 전국 방방곡곡에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효과가 퍼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계 대표인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임금 인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사정합의문에도 이런 내용을 담았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임금 인상 노력에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본인의 연봉을 9년 만에 1.3%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아베 총리가 기업에 임금 인상을 호소한 것은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기존의 경기 부양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돌지 않고 대기업과 부유층 ‘금고’에서 잠자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임금 인상으로 거두고자 하는 목표는 서민·중산층의 실질소득 증가→소비지출 확대→물가상승→경기회복 등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이 임금 인상이나 설비투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英·獨, 임금 상승 학수고대

미국과 영국의 정책 당국자는 낮은 인플레이션의 고리를 끊고, 경기가 회복 단계를 넘어 정상화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임금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옐런 Fed 의장은 경기 진단과 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임금상승률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그는 “임금상승률이 3~4%는 돼야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 2%에 도달할 것”이라며 임금이 본격 상승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 임금상승률은 그동안 1%대 후반을 유지하다 지난달 2.9%로 급등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정책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가운데 ‘상당 기간 초저금리 유지’라는 문구가 삭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니 BOE 총재도 최근 “오랫동안 기다려온 임금 상승의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유가 하락 등으로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10월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을 3% 올렸다.

인플레이션 ‘혐오자’로 유명한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최근 “경제가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즐기고 있으며 임금도 멋지게 오르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으로 소비가 늘어 경제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일은 내년부터 시간당 8.5유로의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다. 이 경우 실질임금이 3.5% 인상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조셉 룹턴 JP모건체이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저물가에 빠져 있는 선진국 정책 당국자들이 임금 상승을 경제 회복 및 정상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장진모/서정환 특파원 jang@hankyung.com